유전이 가장 큰 축인 건 맞습니다. 모낭 안에 있는 멜라닌 세포(melanocyte)가 얼마나 오래, 얼마나 활발하게 색소를 만드느냐는 상당 부분 유전적으로 결정됩니다. 백발이 시작되는 시기나 속도가 가족 내에서 비슷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다만 유전만으로 다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멜라닌 세포는 나이가 들면서 점차 줄어들고 기능이 떨어지는데, 이 속도에 영향을 주는 환경 요인들이 있거든요. 산화 스트레스가 대표적입니다. 모낭 내에서 과산화수소(hydrogen peroxide)가 축적되면 멜라닌 세포가 손상되는데, 흡연, 만성 스트레스, 영양 불균형 — 특히 비타민 B12, 구리, 철분 부족 — 이 이 과정을 앞당깁니다. 반대로 이런 요인들이 적은 생활을 해온 분들은 같은 나이라도 색소 유지가 더 잘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갑상선 기능 이상이나 자가면역 질환이 조기 백발과 연관되는 경우도 있고, 심한 영양 결핍 상태에서 가속화되기도 합니다. 38세부터 시작되셨다면 이른 편이긴 하지만 병적인 범위는 아닙니다. 다만 당시 극심한 스트레스나 체중 감소, 피로감 같은 게 겹쳐 있었다면 한 번쯤 갑상선이나 영양 상태를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60이 넘어도 검은 머리를 유지하는 분들은 유전적으로 멜라닌 세포 수명이 긴 경우가 많고, 거기에 생활 습관과 환경 요인이 좋은 방향으로 맞물린 경우라고 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