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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귀중한선생님

처음부터귀중한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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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하는 일이라곤 나를 시퍼렇게 멍들게 하거나, 낡은 기계 부품처럼 몸을 망가뜨리는 일뿐이었다. 지난 칠일 동안 그가 나에게 행한 바를 보건대, 찌르고 갈며 뜯는 기이한 실험으로 전대미문한 '어의'라는 높은 지위를 얻었음이 분명했다. 특히나 그 실험 이후로, 나는 한동안 혼미에 빠져 정신조차 차리지 못하였다. 그저 침상에 누워 깨어나기만을 기다리며, 생사를 오가는 고비를 넘길 뿐이었다.

닷새째 되던 날, 기적처럼 정신이 들었다. 침침하던 눈이 개운하게 떠지는 것을 보아하니, 병세가 꽤 호전된 듯했다. 허나 광기 어린 아버지 덕에 아직은 마음을 편히 둘 수 없는 처지였다. 그리 생각하니 심장을 움켜쥐는 듯 숨이 막히며, 불안함이 머릿속을 휘감았다. 그러나 별당에서 홀로 기다리는 아우의 안위가 걱정되어, 떨리는 다리로나마 방을 나서기로 했다. 이불자락이 헐겁게 흘러내려 무릎을 스쳤다. 차가운 마루에 발을 디디니 한기가 온몸을 타고 올랐고, 벽을 짚으며 비틀거리는 걸음을 옮겼다.

문득, 무심코 살핀 방 한켠에서 그의 모습이 보였다. 검붉은 도포 자락은 마치 피에 젖은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그때, 마치 나의 숨은 마음을 꿰뚫었다는 듯,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동자가 시선을 관통하듯 마주한 순간, 마음속 깊이 묻어둔 원망이 목구멍까지 차오르기 시작했다. 허나 그 말들은 쉽사리 흘러나오지 못했다. 방안을 가득 메운 정적은 이불자락이 마루를 스치는 소리로 간혹 깨질 뿐이었다. 그는 이윽고 긴 탄식을 내뱉었다.

"무슨 연유인지 아뢰어라. 내 인내가 부족함을 알지 못하느냐."

나를 이리 참담하게 만들어 놓고도 태연한 모습에 분노가 치밀었다. 오래전부터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꼭 묻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 물음을 올렸다.

"대감께서는... 소자들을 미워하시나이까?"

"...시답잖은 물음이로구나."

또다시 저 태연한 말투와 나긋나긋한 미소... 허나 그의 미소가 나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 연유를 나는 알지 못하였으나, 이러한 시도를 감행함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해했다. '아버지'라는 그 칭호 하나만으로도 충분하였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침묵하다가, 희미한 기억이 떠오른 듯 다시금 말했다.

"네가 마침 제 발로 찾아온 것이니 대답하마. 내일은 네 아우의 실험이 있느니라. 그러니 미리 준비시켜 두도록 하거라."

'다음 실험이 있었던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그가 나의 팔을 강하게 움켜쥐며 잡아당긴 탓에, 목구멍 너머로 삼켜지고 말았다. 붙잡힌 팔을 떼어내려 몸부림치는 순간, 탁자 위에 놓여진 기름등이 떨어져 마루에 굴러갔다. 기름등은 나의 앞에 서 있는 그의 일그러진 안면을 주홍빛으로 비추었다. 그는 눈동자를 크게 키우고선 독기 어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아이가 관련될 때마다 네 주제를 망각하고는 하는구나. 간단히 일러주마. 준비시켜라. 얌전히 굴지 않으면 다음에 일어날 일이 전혀 달갑지 않을 것이니라."

그는 시뻘건 손자국을 선명히 남기어서야 내 팔목을 놓아주었다. 나는 급히 달음박질하여 나가다가 그만 문지방에 부딪혀 나자빠지고 말았다. 비틀거리며 일어서려 할 때, 멀리 행랑마루에서 아우의 목소리와 다급히 달려오는 발자취 소리가 뒤섞여 울렸다. 고개를 들어 내 앞에 서있는 아우의 발치를 살폈다. 아우는 쪼그리고 앉아 내게 손을 내밀어 잡으라 하는 뜻을 비추었다. 방금 전까지 쿵쾅대던 심장이 더디게 제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손을 굳게 잡고 일어났다. 걱정스러워하는 아우의 낯빛이 한눈에도 역력하였다.

"팔목이..."

"괜찮으니라, 아프지도 아니하니라."

거짓된 말이었다. 아우에겐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아우는 내 고통스러운 팔을 걱정하여 끌어당기려 하였지만, 나는 마치 독이 묻은 것처럼 황급히 팔을 거두었다. 그간 겪어온 고통이 다시금 되살아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잠시... 이야기나 나누자꾸나. 네가 반드시 들어야 할 말이 있느니라. 알겠느냐? 그리고 무슨 말을 하든 마음을 가라앉히고 들으려무나."

이러한 짓거리는 본디 하고 싶지 않았다. 칠흑 같은 세상에서 유일한 등불과도 같은 존재에게 다음 차례가 너라고 말해야 하다니. 수년간 고초를 견디며 아우를 얽매이지 않게 하려 애썼건만, 그 모든 노력이 피할 수 없는 운수를 미루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아우에게 경계하는 말을 해야만 하였다. 더는 보호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감께서... 내일 너를 잠시 보고자 하시느니라."

속삭임보다도 작은 목소리였다. 아우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었고, 나를 붙잡고 있던 손에서 힘이 빠졌다. 나는 한 손으로 아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분부를 따라야 하느니라. 대감께서 원하시는 바는 무엇이든 행해야 하니, 아무리 고단하고 아프다 한들 상관없이. 나를 위해서라도 그리 하여야 하느니라."

사무치는 통증을 참아가며 아우를 부둥켜안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허언을 할 수 없었다. 무사하리라, 평안하리라, 해가 저무르면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오리라 말할 수 없었다. 희망을 품는다 함은 곧 깨어지기 쉬운 그릇과 같은 것이니. 우리는 마루 위에 드러누워 잠에 들었다... 그날 밤, 나는 문고리 돌아가는 쇳소리에 잠이 깨었다. 열린 사립문 너머로는 그가 우리를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둘째 아들아, 일어나거라."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강력한여새275

    강력한여새275

    글에 대한 피드백을 원하시는것 같은데요. 글 올리신부분이 원본인지 일부발췌인지에 따라 시점이나 평론이 달라질 듯한데 나의 시점과 아버지의 시점이 시간차가 나는듯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