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문처럼 통째로 저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뇌는 사람 소리를 통째로 복사해 두는 게 아니라 평균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로 기억합니다. 이 차이가 질문의 답을 갈라놓습니다.
먼저 목소리만 담당하는 자리가 뇌에 따로 있다는 건 확인된 사실입니다. 2000년 네이처에 실린 벨린 연구팀 실험에서, 다른 소리에는 잠잠하다가 사람 목소리에만 유독 강하게 반응하는 영역이 오른쪽 관자엽 위쪽 고랑에서 발견됐습니다. 말의 내용이 아니라 목소리 그 자체에 반응하는 자리입니다.
반대 방향의 증거도 있습니다. 음성실인증이라는 증상이 있는데, 귀도 멀쩡하고 말도 다 알아듣는데 목소리만으로는 아는 사람을 못 알아봅니다. 목소리 식별이 다른 청각 능력과 분리된 별개 회로라는 뜻입니다.
저장 방식이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목소리 인식은 얼굴 인식과 비슷하게 작동합니다. 머릿속에 평균 목소리를 기준점으로 두고, 거기서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기억합니다. 그래서 아빠 목소리를 정확히 복사해 두지 않아도, 평균보다 낮고 느리고 끝이 눌리는 쪽이라는 편차 정보만으로 순식간에 구분됩니다. 기침 소리 한 번으로 맞히는 이유가 이겁니다.
발소리는 목소리보다 오히려 더 확실합니다. 체중, 보폭, 발뒤꿈치가 바닥에 닿는 각도가 사람마다 달라서 바닥에 전해지는 진동 파형 자체가 개인마다 다릅니다. 실제로 바닥에 센서를 깔고 걸음 진동만으로 누구인지 알아맞히는 연구가 보안과 헬스케어 쪽에서 오래 진행돼 왔고 정확도도 꽤 높게 나옵니다. 발소리 안에 개인 정보가 진짜로 들어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시간, 요일, 아까 온 연락 같은 정보가 미리 후보를 좁혀 둡니다. 뇌는 소리만 놓고 판단하지 않고 이 시간이면 아빠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전 예상에 소리 증거를 얹어서 결론을 냅니다. 그래서 같은 발소리라도 낯선 곳에서 들으면 못 맞히는 겁니다.
정리하면 찍기도 아니고 청각 지문도 아닙니다. 오래 들으며 만들어 둔 기준점에서의 편차를 읽는 능력과, 상황이 미리 깔아 둔 예상, 이 둘이 합쳐진 결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