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에 대해서 고민이 되는데 좀 조언 부탁드립니다

현제 고1인 남학생입니다. 중학교 때 부모님께서 공무원이 되길 바라셔서 공업고등학교로 가서 전기과를 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공업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느낀 것은 전공은 이해는 되지만 그렇게 재밌지도 않고 쉽다고 말하기도 어렵더라고요 솔직히 저는 미술 쪽 분야 또는 음악 쪽 분야를 가고 싶었습니다 예술쪽분야는 공부도물론해야 했지만 조금 저에게는 초등학교 중학교 때 그나마 가장 자신 있는 게 예술 쪽 분야고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운동신경이 하나도 없는데 키는 유전 덕분에 또래보단 키가 많이 컸습니다 근데 정말 안 믿기시겠지만 남자애들한테는 왕따를 당하고 놀림받고 여자한테는 벌레취급을 당했습니다 근데 저는 그 상황에서 그나마 제가 의지할 곳이 예술 쪽이다 보니 저는 예술 쪽 분야를 가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엄청 예술 쪽으로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미술학원 8년 다녔고 음악은 미뇨를 배웠다 보니 어느 정도는 했습니다 공고를 오고 나서 버스를 1시간씩 타고 가다 보니 그런 취미생활도 하기 힘들더라고요 고등학교 오고는 놀림은 안 받아서 좋지만 얘들 사이에서 어울리는 게 서툴고 하다 보니 아직도 혼자네요 그래서 다시 예술 쪽으로 취미라도 가져볼까 했는데 솔직히 조금 두렵네요 트라우마 때문인지 근데 부모님은 계속 공무원을 바라시니 이미 특성화고를 왔지만 무조건 이쪽 계열로 가라는 법은 없는데 부모님의 반대가 조금 두렵긴 하네요 조금 이나마 저하고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 분께 조언을 구합니다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내일도매혹적인마카롱'님, 보내주신 글을 읽으며 마음이 참 먹먹하면서도, 동시에 마카롱님이 얼마나 단단하고 깊은 내면을 가진 사람인지가 느껴졌습니다.

    과거에 겪었던 인간관계의 상처와 왕따의 기억은 성인들에게도 평생 치유하기 힘든 커다란 트라우마입니다. 그 지옥 같은 시간 속에서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예술'이라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안식처를 찾아 스스로를 지켜내 온 마카롱님이 진심으로 대단하고 자랑스럽습니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괴롭힘을 받지 않는다니 정말 다행이지만, 통학 시간만 왕복 2시간이 걸리는 낯선 공고 환경에서 마음 터놓을 친구 없이 혼자 버텨내며 진로 고민까지 도맡아 하느라 얼마나 외롭고 막막할지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인생의 선배이자, 마카롱님과 비슷한 고민의 터널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조언을 건네고 싶습니다.

    1. 트라우마와 두려움: "다시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다시 예술을 시작하는 것이 두려운 건 지극히 당연한 감정입니다. 내 유일한 도피처이자 행복이었던 예술마저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로 인해 오염되거나 상처받을까 봐 뇌가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이죠.

    • 조언: 거창하게 '입시'나 '진로'로 접근하지 마세요. 그러면 두려움이 더 커집니다. 그냥 "나를 위로해 주는 비밀 취미"로 시작해 보세요. 버스 안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깊이 있게 듣거나, 주말에 방에서 혼자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미술학원 8년, 민요 경력은 절대 어디 가지 않습니다. 손과 목이 기억하고 있어요.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예술이 아닌, 오롯이 상처받았던 내 마음을 달래주는 도구로 예술을 다시 곁에 두세요. 그것만으로도 외로운 학교생활을 버틸 큰 에너지가 생길 것입니다.

    2. 부모님의 반대와 공무원: "무조건 이 길로 가야 할까요?"

    부모님께서 공고 전기과와 공무원을 권하신 이유는 명확합니다. 세상이 워낙 팍팍하다 보니, 아들이 기술을 배워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평탄하게 살기를 바라는 '부모로서의 현실적인 사랑'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내 마음이 병들어가면서까지 그 기준에 완벽히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 조언: 마카롱님 말씀대로 "특성화고에 왔다고 무조건 이쪽 계열로 가라는 법은 없다"가 정답입니다. 부모님과 정면충돌하며 "나 공고 때려치우고 미술 할래요!"라고 하면 반대가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전략적 타협'을 제안합니다.

      • 1안 (안정 속의 예술): 공고의 장점을 살려 전공 공부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며 '기술직 공무원'이나 안정적인 직업을 먼저 쟁취하는 것입니다. 직업이 주는 경제적 안정감 위에서 퇴근 후나 주말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예술 활동(음악 밴드, 개인 전시, 외주 일러스트 등)을 펼치는 삶입니다. 요즘은 이런 'N잡러' 예술가들이 정말 많습니다.

      • 2안 (예술과 기술의 융합): 전기과에서 배우는 논리나 기술을 예술에 접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현대 미술에서는 전기를 이용한 '미디어 아트'나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예술)', 혹은 무대 예술의 '조명/음향 디자인' 분야가 블루오션입니다. "부모님, 제가 전기과를 나왔으니 무대 조명이나 미디어 아트 쪽으로 진로를 넓혀보고 싶어요"라고 설득하면 부모님도 마냥 반대하시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3. 얘들 사이에서 혼자인 마카롱님에게

    남학생들 사이에서 운동신경이 없고 키만 크다는 이유로, 혹은 예술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았던 기억 때문에 지금 공고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서툴고 무서운 건 당연합니다. 공고 특성상 거칠거나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아 더 이질감을 느낄 수 있어요.

    • 조언: 억지로 무리에 끼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그럴수록 더 지치고 외로워집니다. 그냥 내 자리를 묵묵히 지키면서 다정한 태도만 유지하세요. 고등학교 아이들은 중학교 때보다 훨씬 철이 들었기 때문에, 마카롱님이 조용히 자기 할 일을 잘하고 있으면 먼저 말을 걸어오는 담백한 친구들이 반드시 생깁니다. 친구가 한 명도 없어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나 자신과 친해지고,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니까요.

    💡 마카롱님을 위한 최종 응원

    마카롱님, 남들과 조금 다른 취향을 가졌다고 해서, 운동을 못 한다고 해서 벌레 취급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그들이 미성숙하고 못돼먹었던 것뿐이지, 마카롱님의 잘못이 절대 아닙니다.

    큰 키와 예술적 감수성은 나이가 들수록 남들과 차별화되는 마카롱님만의 엄청난 무기이자 매력이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인생의 모든 방향을 결정 지으려 조급해하지 마세요. 이제 겨우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길고 지루한 등하교 버스 안에서 눈을 감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 선율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그리고 주말엔 하얀 종이 위에 연필을 굴려보세요. 두려워하지 말고 내 안의 예술을 다시 깨워보세요. 그것이 마카롱님을 치유하고, 결국엔 가장 나다운 멋진 미래로 인도해 줄 것입니다. 마카롱님의 앞날을 온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언제든 힘들면 또 이야기하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