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신속한오솔개114
길가에 은행열매들이 우르르르 떨어저있는데?
냄새나는 은행나무 열매가 천지네요 은행은 왜이렇게 냄새가 심할까요? 한번밟앗다가 기절하는줄ㅡㅡ 와 차안에서 특히 심해서 엄청고생했네요 은행나무에 전설이 있다구들은거같은데 진짜 그런가요
2개의 답변이 있어요!
은행나무 열매의 지독한 냄새는 씨앗을 보호하기 위한 화학적 방어 기제 때문입니다.
냄새의 원인과 이유
은행나무 열매(씨앗)의 겉껍질에는 뷰티르산(낙산), 빌로볼, 은행산 등이 들어있어 고약한 악취를 풍깁니다. 이는 쥐나 다람쥐 같은 설치류와 곤충이 씨앗을 갉아먹지 못하도록 진화시킨 생존 전략입니다.
암나무와 수나무의 차이
냄새를 풍기는 열매는 오직 암나무에서만 열리며, 수나무는 열매가 없어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묘목 단계에서 암수를 구별하기 어려워 암수가 섞여 심어졌으나, 최근에는 DNA 분석 기술을 통해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냄새 이야기는 앞 답변에 잘 나와 있으니, 물어보신 전설 쪽과 실생활에서 알아 두면 좋은 부분을 보태 드리겠습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공자와 이어진 것입니다.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치던 자리를 행단이라고 불렀는데, 여기서 행이 살구나무인지 은행나무인지를 두고 오래 논쟁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부에서는 이를 은행나무로 받아들여서, 향교나 서원 앞에 은행나무를 심는 전통이 생겼습니다. 성균관이나 오래된 향교에 큰 은행나무가 서 있는 게 그 때문입니다. 그래서 은행나무를 학자의 나무로 여기기도 합니다.
이름에 얽힌 이야기도 있습니다. 은행나무를 공손수라고도 부르는데, 심은 사람이 열매를 보지 못하고 손자 대에 가서야 열매를 딴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씨에서 자란 은행나무가 열매를 맺기까지 이십 년이 훌쩍 넘게 걸립니다.
그리고 은행나무는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립니다. 공룡이 살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거의 같은 모습으로 이어져 왔고, 같은 속에 다른 종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가족이 다 사라지고 혼자 살아남은 나무인 셈입니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폭심지 근처에서 다시 싹을 틔운 나무 중에도 은행나무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질긴 나무라 도시 가로수로 많이 심었습니다. 매연과 병충해에 강하고 불에도 잘 견딥니다. 문제는 열매 냄새였고, 그래서 요즘은 암나무를 수나무로 바꾸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용적인 부분도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신발에 밟혔다면 물로만 씻으면 잘 안 빠집니다. 베이킹소다를 푼 물에 담그거나 식초를 희석해 닦으면 훨씬 낫습니다. 차 안에 냄새가 배었다면 매트를 꺼내 같은 방법으로 씻고 며칠 통풍시키는 것 외에는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떨어진 열매를 주워 가시는 분들도 있는데 두 가지는 조심하셔야 합니다. 겉껍질에 닿으면 사람에 따라 옻처럼 피부가 부어오를 수 있으니 반드시 장갑을 끼세요. 그리고 알맹이도 익히지 않고 먹거나 한 번에 많이 먹으면 중독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어른은 하루 열 알 안쪽, 아이는 더 적게 드시는 게 안전합니다.
참고로 가로수에서 떨어진 열매는 지자체가 따로 수거해 처리하는 경우가 많고, 도로변 은행은 매연에 노출되어 있어 식용으로는 권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