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통증 없이 붉은 실핏줄 모양으로 나타나고, 씻으면서 자극을 받으면 더 넓어지고 진해지는 양상이라면, 모세혈관 확장증일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피부 표면 바로 아래의 작은 혈관들이 확장되어 비쳐 보이는 상태인데, 발등은 피부가 얇고 혈관이 표면에 가까운 부위라서 다른 곳보다 이런 변화가 눈에 잘 띕니다.
고혈압과 혈압약 복용 중이시라는 점도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고혈압 자체가 오랜 기간 모세혈관 벽에 압력을 가하면서 혈관벽의 탄력이 떨어지고 확장되기 쉬운 상태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일부 혈압약, 특히 칼슘채널차단제 계열은 부작용으로 모세혈관 확장이나 하지 부종을 유발하는 경우가 보고되어 있어서, 복용 중인 약의 종류에 따라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씻을 때 더 진해진다는 부분은, 물리적 마찰이나 따뜻한 물에 의한 혈관 확장 반응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확장되어 있던 혈관에 추가로 자극이 가해지면 일시적으로 혈류량이 늘면서 색이 더 붉고 선명하게 보이는 거죠.
50대 여성에서는 호르몬 변화도 한 요인이 됩니다. 에스트로겐 감소는 혈관벽을 지지하는 콜라겐과 결합 조직의 양에 영향을 주는데, 이게 줄어들면 혈관벽이 약해지고 확장된 모세혈관이 피부 표면으로 더 잘 드러나게 됩니다.
땀이 없는 체질이라고 하셨는데, 피부과에서 땀 때문이라고 설명하신 부분은 어쩌면 발의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장벽 기능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외부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서 혈관 확장이 더 잘 보이는 상태를 의미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정확히 어떤 기전을 염두에 두고 그렇게 설명하셨는지는 직접 들으신 내용 외에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자각 증상이 없고 통증, 가려움, 부종이 동반되지 않는 단순 모세혈관 확장이라면 건강상 큰 의미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혈압약 종류와의 연관성이 의심되시거나, 범위가 계속 넓어지는 게 신경 쓰이신다면, 처방하신 혈압약의 부작용 목록을 확인해보시거나, 다음 진료 때 담당 의사에게 이 부위 사진을 보여드리면서 약물과의 연관성을 같이 확인해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모양이나 색이 갑자기 크게 변하거나, 다른 부위에도 비슷한 양상이 새로 생긴다면 그때는 혈관외과나 피부과에서 한 번 더 평가받아보시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