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임형준 수의사입니다.
12살이면 아직 무조건 치매를 의심해야 하는 나이는 아니지만, 고양이 인지기능장애 증후군(일종의 노령성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밤이나 새벽에 이유 없이 우는 행동이 나타날 수는 있습니다.
다만 현재 말씀하신 내용만 보면 전형적인 치매 증상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치매가 있는 고양이들은 보통
밤에 울음 증가
집 안에서 길을 잃음
익숙한 장소에서 멍하게 서 있음
화장실 위치를 잊음
보호자를 잘 못 알아봄
수면 패턴 변화
상호작용 감소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이름 부르면 반응함
이리 와, 앉아 같은 신호를 이해함
화장실 실수 없음
식욕과 음수량 정상
보호자 옆에 데려오면 울음이 멈춤
이라고 하셨으니, 현재 단계에서는 치매보다는 다른 원인을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오히려 제가 글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노령묘의 분리 불안 또는 보호자 찾기 행동"입니다.
고양이도 나이가 들면서 시력이나 청력이 조금씩 감소할 수 있습니다. 낮에는 괜찮아 보이는데 밤이 되면 불안감이 커져서 보호자를 찾으며 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거실에서 혼자 울음
이름 부르면 멈춤
보호자 곁에 오면 멈춤
이라는 부분은 보호자를 확인하고 안심하는 행동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고혈압입니다.
고양이 고혈압은 생각보다 흔하고, 혈액검사가 정상이어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노령묘에서 갑자기 밤에 울기 시작하거나 안절부절못하거나 방향감각이 달라지는 경우 혈압 측정을 권장하기도 합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도 고려해야 합니다.
초기에는 혈액검사 일반항목이 거의 정상인데
밤에 활동 증가
울음 증가
안절부절못함
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통증도 감별해야 합니다.
관절염이나 척추 통증이 있는 노령묘들은 밤에 조용할 때 더 불편함을 느껴 울 수 있습니다.
병원에 가신다면 단순 CBC, 혈청화학검사 외에
혈압 측정
갑상선 호르몬(T4)
SDMA 포함 신장평가
요검사
신체검사 시 관절 및 척추 통증 평가
정도는 한 번 확인해볼 만합니다.
만약 검사들이 모두 정상인데도 계속된다면 그때는 노령성 인지기능장애 초기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행인 점은 아직 시작된 지 1주일 정도이고, 보호자와 상호작용은 매우 잘 유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글만 봤을 때 "치매가 시작된 것 같다"보다는 "노령묘에서 나타나는 불안감 증가, 감각기능 저하, 고혈압이나 갑상선 문제 같은 내과질환"을 먼저 배제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당장 응급으로 보이는 상황은 아니지만, 최근 건강검진이 정상이어도 혈압과 갑상선 검사는 포함되지 않았을 수 있으니 다음 내원 시 이 부분을 함께 상담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