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연소의 세 가지 조건은 가연물, 조연물, 그리고 점화원입니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불은 붙지 않으며, 진행 중인 연소도 즉시 중단됩니다.
첫째로 가연물은 불에 탈 수 있는 재료입니다. 화학적으로는 산소와 결합하여 에너지를 내놓는 환원제 역할을 합니다. 만약 연료가 없다면 아무리 강한 열을 가해도 태울 대상이 없으므로 불꽃은 생기지 않습니다. 산불이 났을 때 나무를 미리 베어내어 길을 만드는 것은 연료를 제거해 불길을 잡는 방식입니다.
둘째로 조연물은 연소를 돕는 산소 공급원입니다. 산소가 부족해지면 화학 반응이 멈추는 질식 현상이 일어납니다. 알코올 램프의 뚜껑을 덮어 불을 끄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산소 농도가 약 15% 이하로 떨어지면 대부분의 일반적인 연소는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하고 소멸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점화원은 물질의 온도를 발화점 이상으로 올려주는 에너지입니다. 아무리 연료와 산소가 충분해도 온도가 낮으면 반응이 시작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불이 붙었을 때 물을 뿌리는 행위는 물의 증발 잠열을 이용해 주변 온도를 발화점 아래로 떨어뜨리는 냉각 원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결국 연소는 이 세 요소가 정삼각형의 변처럼 완벽하게 맞물려야 가능합니다. 질문하신 상황처럼 점화가 안 되는 것은 공급되는 수소나 산소의 농도가 적절하지 않거나, 긴 배관을 타고 오느라 가스의 온도가 너무 낮거나, 혹은 점화기 자체의 에너지가 부족하여 발화점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 요소만 틀어져도 연소라는 고리는 끊어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