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쓰는 가전과 만족도가 높은 가전은 보통 다른 물건이더라고요. 자주 쓰는 쪽은 오히려 의식조차 안 하는 것들이에요. 저희 집에서 제일 오래 켜져 있는 건 냉장고고 그다음이 공유기입니다. 둘 다 멈추면 그날로 집이 마비되는데 평소엔 존재감이 없죠.
만족도는 기능이 아니라 돌려받은 시간으로 쟬보면 답이 명확해집니다. 제 기준으로 일 등은 건조기예요. 빨래를 널고 걷는 행위 자체가 사라지니까 하루에 이십 분씩, 한 달이면 열 시간 가까이 돌아옵니다.
이 등은 식기세척기입니다. 손설거지보다 물을 덜 쓰는 것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저녁 먹고 난 뒤의 그 무거운 십오 분이 없어진다는 거예요. 넣고 버튼만 누르면 되니까 미루지 않게 되고, 싱크대가 항상 비어 있습니다.
로봇청소기는 조금 다릅니다. 청소를 대신해준다기보다 바닥에 물건을 안 두는 습관을 만들어줘요. 매일 돌리려면 치워야 하니까요. 성능보다 그 강제력이 만족의 정체였습니다.
반대로 기대만큼은 아니었던 게 에어프라이어입니다. 편하긴 한데 예열하고 뒤집고 바스켓 닦는 시간이 그대로 남아서, 돌려받는 시간은 생각보다 적더라고요. 자주 쓰는 것과 삶이 바뀌는 건 다른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전을 고를 때 이걸 먼저 묻습니다. 이 물건이 내 손을 몇 분 비워주는가. 냉장고나 공유기처럼 있는지도 모르게 계속 돌아가는 쪽과, 건조기처럼 특정 노동을 통째로 없애는 쪽이 결국 오래 남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