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맑아지는 느낌이 단순한 기분 탓만은 아닙니다. 상당 부분 생리학적 근거가 있습니다.
녹색이 눈에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빛의 파장과 눈의 구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인간의 망막에는 세 종류의 원추세포(cone cell)가 있는데, 녹색 파장(약 550나노미터 전후)은 이 세포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에 해당합니다. 즉 눈이 녹색을 인식할 때 다른 색에 비해 조절 부담이 가장 적습니다. 또한 녹색 파장은 망막에 초점이 맺힐 때 과도한 수차(빛의 굴절 오차)가 적어 수정체와 모양체근이 덜 긴장하게 됩니다.
실내에서 화면을 오래 볼 때 눈이 피로한 주된 이유는 모양체근이 가까운 거리에 지속적으로 초점을 맞추느라 수축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숲속 나무를 바라볼 때는 시선이 수시로 먼 거리와 가까운 거리를 오가고, 특히 원거리를 볼 때 모양체근이 이완됩니다. 이 이완 자체가 눈이 쉬는 것이며, "맑아지는 느낌"의 실질적인 생리적 기반입니다.
소아 근시 연구 분야에서는 야외 활동과 자연광 노출이 근시 진행을 억제한다는 근거가 상당히 축적되어 있습니다. 자연광에 포함된 도파민 분비 촉진 효과가 안구 성장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성인에서도 자연광 아래에서의 원거리 응시가 안구 피로 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피톤치드 향기나 새소리가 주는 심리적 이완도 간접적으로 눈에 영향을 줍니다.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눈의 근육 긴장도가 높아지는데, 자연 환경에서의 부교감신경 우세 상태는 이 긴장을 풀어줍니다. 결국 숲길 걷기가 주는 눈의 편안함은 시각적 효과, 생리적 이완, 심리적 안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주관적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눈이 쉬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