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용 알코올은 기대하신 만큼 잘 안 듭니다. 박스 테이프의 접착제는 고무 계열이라 알코올에는 잘 풀리지 않고, 어중간하게 물러지면 오히려 더 끈적하게 뭉칩니다. 선크림이 듣는다는 이야기가 도는 건 알코올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든 유분 때문입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기름으로 가시는 게 낫습니다. 식용유든 핸드크림이든 상관없습니다. 날에 넉넉히 발라 3분에서 5분 정도 그대로 두면 접착제가 말랑말랑해집니다. 그다음 휴지로 한 방향으로 밀어내면 덩어리째 떨어집니다.
한 번에 다 안 떨어져도 문지르지 마세요. 문지르면 접착제가 얇게 퍼져서 오히려 더 넓은 면이 끈적해집니다. 기름을 다시 바르고 시간을 더 주는 쪽이 결과적으로 빠릅니다.
마무리가 중요합니다. 기름을 닦아낸 뒤 주방세제로 한 번 씻고 물기를 완전히 말리세요. 가위 날은 철이라 물기를 남기면 축 쪽부터 녹이 슬고, 그러면 지금보다 가위질이 더 뻑뻑해집니다.
네일 리무버도 잘 듣는데 날에만 쓰세요. 손잡이 플라스틱이나 코팅면에 닿으면 하얗게 뜨거나 잔금이 갑니다. 문구용 스티커 제거제가 있다면 그게 가장 빠르고 안전합니다.
그런데 이건 계속 반복될 일이라, 지우는 것보다 안 묻게 하는 쪽이 훨씬 편합니다. 가위 날 양면에 기름을 아주 얇게 한 번 발라 두면 접착제가 잘 달라붙지 않습니다. 며칠에 한 번씩만 다시 발라 주시면 됩니다.
박스를 자주 뜯으신다면 테이프 커터를 하나 두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날이 아주 짧게 나와 있어 테이프만 그어 자르는 도구인데, 접착면에 날이 길게 닿지 않아서 애초에 끈적임이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