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시간과 공간을 묶어야 하는 이유는 둘이 서로 섞여 들어가기 때문이에요. 관찰자가 움직이면 시간 측정값과 거리 측정값이 각자 따로 변하는 게 아니라, 한쪽이 다른 쪽으로 옮겨가는 방식으로 함께 변해요. 내가 볼 때 같은 장소에서 다른 시각에 일어난 두 사건이,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다른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이 돼요. 반대로 나에게 동시에 일어난 두 사건이 그 사람에게는 시간차를 갖고요. 좌표를 회전시키면 가로 길이가 세로 길이로 옮겨가듯, 속도를 바꾸면 시간과 공간이 서로 자리를 바꿔요. 이런 관계를 갖는 양들은 하나의 구조로 묶어 다루는 게 자연스러워요.
결정적인 근거는 변하지 않는 양이 있다는 거예요. 두 사건 사이의 시간 간격과 공간 거리는 관찰자마다 다르게 측정되는데, 이 둘을 특정한 방식으로 조합한 값은 누가 재도 같아요. 공간 거리의 제곱에서 시간 간격의 제곱에 광속의 제곱을 곱한 값을 뺀 것인데, 이걸 시공간 간격이라고 불러요. 유클리드 공간에서 좌표축을 어떻게 돌려도 두 점 사이 거리가 변하지 않는 것과 똑같은 구조예요. 불변량이 존재한다는 건 그 배경에 하나의 기하학이 있다는 뜻이에요.
다만 시간이 공간과 완전히 같은 건 아니에요. 위 식에서 시간 항에 마이너스가 붙는 게 그 차이예요. 공간은 앞뒤로 오갈 수 있지만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갈 수 있고, 두 사건이 인과관계로 묶였는지가 이 부호로 갈려요. 그래서 4차원 시공간은 네 개의 똑같은 축이 아니라, 공간 세 축과 성격이 다른 시간 축 하나가 특정한 규칙으로 얽힌 구조예요.
이 관점을 처음 정리한 사람은 아인슈타인이 아니라 그의 수학 스승 민코프스키였어요. 특수상대성이론의 복잡한 계산이 기하학 문제로 단순해지는 걸 보인 건데, 나중에 일반상대성이론이 이 시공간 자체가 휘어진다는 이론으로 확장될 발판이 됐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