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가전제품
양파껍데기
'조금 불편한 제품'이 오히려 오래 사용될 수도 있을까요?
지나치게 편리한 제품은 사용자가 기능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적절한 불편함이 학습과 애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주세요.
성실한 답변 부탁드립니다.
3개의 답변이 있어요!
제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과는 별개로, 제품을 직접 조립하거나 사용자가 해야 할 일을 의도적으로 늘려 제품에 대한 애착을 높이는 판매 전략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이케아의 조립식 가구입니다. 사용자는 가구를 직접 조립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소유감을 형성하고, 그 결과 완제품보다 자신이 조립한 제품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게 됩니다.
이처럼 직접 만들거나 조립하는 과정에 참여한 물건을 완제품보다 높게 평가하는 심리 현상을 ‘이케아 효과’라고 합니다.
이케아 효과를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프라모델, 조립식 PC, 커스텀 운동화 등이 있습니다. 이 제품들은 사용자가 직접 제품을 조립하거나 원하는 구성과 디자인을 선택하도록 만들어져 일반적인 완제품보다 번거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제품에 대한 애착과 심리적 소유감이 커지기 때문에, 이러한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사랑받는 제품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케아 효과 외에도 종이책이나 보드게임같이 더 편리한 대체품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음에도 디지털 기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다양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 제품들이나 이북 리더 같이 독서 이외의 기능을 제거해 독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제품들도 의도적으로 불편한 부분을 유지했기 때문에 사랑받는 제품의 예시로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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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택된 답변오래 쓰이는 물건들을 보면 편해서 오래 쓰는 게 아니라, 그 불편함이 사용자에게 개입할 여지를 남겨줬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조작을 사람이 직접 하면 그 과정을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면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가 잘못됐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되거든요. 필름 카메라나 손으로 내리는 커피 도구가 여태 살아남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훨씬 현실적입니다. 자동으로 해주는 기능이 하나 늘 때마다 그 안에 센서와 모터와 기판이 하나씩 더 들어갑니다. 그중 무엇 하나만 죽어도 제품 전체가 멈추고요. 단순한 물건은 부품이 적으니 고장 날 자리도 적고, 고장 나도 원인이 눈에 보여서 고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요즘 특히 커진 문제인데, 편한 제품일수록 앱과 서버에 묶여 있다는 점입니다. 기계는 멀쩡한데 회사가 서비스를 접거나 앱 지원이 끊기면 그 순간 쓸 수 없는 물건이 됩니다. 반대로 전원 넣고 다이얼 돌리면 되는 물건은 회사가 사라져도 계속 돕니다.
애착 이야기도 감성만은 아닙니다. 손이 가는 물건에는 내가 익힌 요령이 쌓입니다. 이 기계는 몇 초쯤 예열해야 한다든가 이쪽으로 살짝 돌려야 잘 맞는다든가 하는 것들이요. 그 요령이 쌓일수록 새 제품으로 바꿨을 때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니 바꿀 이유가 줄어듭니다. 결국 안 버리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다만 여기서 꼭 구분하셔야 할 게 있습니다. 세상의 불편한 제품이 다 오래 쓰이는 건 아니거든요. 쓸수록 익숙해지는 불편과 매번 똑같이 짜증나는 불편은 완전히 다릅니다. 앞의 것은 배우면 사라지는 학습 곡선이고, 뒤의 것은 만드는 쪽이 덜 신경 써서 생긴 결함입니다. 후자는 아무리 써도 정이 안 붙고 결국 버려집니다.
그래서 판단 기준을 하나 세우자면 이겁니다. 그 불편이 내가 통제권을 갖기 위해 치르는 대가인가, 아니면 그냥 설계가 게을러서 생긴 것인가. 앞쪽이면 시간이 지날수록 손에 익어 오래 남고, 뒤쪽이면 편리한 대안이 나오는 순간 바로 밀려납니다. 결국 오래 쓰이는 조건은 불편함 자체가 아니라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고 손댈 수 있는 구조인가에 가깝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불편한 제품은 사용하기 싫어져서 오히려 버려질 것 같지만, 디자인이나 설계 철학에 따라 오히려 제품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려 오래 사용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