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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한허스키92
반반한허스키9223.08.19

심리상담사와 가치관이 너무 다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가정내에서 오랫동안 부모에게서 정서적 학대를 받으며 자라오고 있고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위험했던 상황도 있었고, 그럴상황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적도 많았기에 저도 그때문인지 타인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나에게 불편한 감정이 들때 그때그때 내 감정, 내 의사표현을 쉽게 하지 못하고 참아넘기는 성격이 형성됐습니다.

여러가지 심리&정서적인 병리현상과 부작용을 가지고 있구요.

실은 저는 부모를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단, 제가 경제능력을 갖추고 부모의 집에서 아예 물리적으로 분리될때까지 저를 괴롭히지만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부모-자녀 갈등(실은 저는 '갈등'이라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을 다루는 가족센터도 방문해 보았고, 심리상담센터도 가보았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는 커녕 오히려 상황만 더 나빠졌습니다.

1. 상담사들의 몰지각, 안일한 상황인식

이건 저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타인 대 타인, 연인, 부부 관계처럼 서로가 자발적으로 만났거나 상하가 없는 대등한 관계일 경우는 상담사가 '상대방의 입장도 이해해보는건 어떨까?'하며 내담자가 자기입장에서 짚지 못했던 포인트를 짚어줄 수도 있을것입니다.

하지만, 부모-자녀 사이에서 자녀가 부모에 대해 느끼는 고통을 주호소문제로 얘기를 해도 상담사가 '어머님은... '아버님은... 이러이러한 의도에서 그런 말 or 행동을 하셨을 것 같아요.'와 같이 부모의 입장을 대변하는듯한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제가 그런 말을 들으니 마음이 불편하다고 하니까 상담사는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거라며 상담사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지 않으면 내담자의 말만 무조건 듣고 동의하고 공감만 해주어야 하냐며 왜곡해서 반문을 하더라고요.

솔직히 많이 답답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곳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예를들어, 인간 대 인간으로 놓고봤을 때 누가봐도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태도를 보인 얘기를 한 적도 있는데 그럴 때 제가 부모님께 불편한 감정을 말하고, 저의 주장을 얘기했더니 '예의'를 운운하며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했다는 말을 한적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상담사는 '본인도 본인 입장만 생각하는 것 아닌가요?' '본인은 부모가 자기 기준만 내세운다고 하지만, 부모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본인도 자기 기준만 내세우는거잖아요.'라며 양비론을 펼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누가봐도 심한 행동과 모욕적인 언사를 언급해도 '부모라고 그러고 싶어 그랬겠어.' or '아버님이(어머님이) 많이 서투시다.', '진심은 아니었을건데 방법이 미숙하시네.' 등등 자꾸 가치판단을 하지 않으려하는 태도를 보이는거에요. 많이 답답하고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2. 중립을 고수하는 태도(몰가치적인 태도), 비심판적 태도

상담사가 한쪽 편을 드는 것이 꼭 나쁜것일까요? 아무리 상담윤리, 상담사만의 구조화모델이 있다고는 해도 이론과 원칙에 경도되는 것이 올바른건가요? 그리고 이론과 원칙은 늘 옳은건가요? 부모-자녀 관계에서 부모에게서 경찰에 입건될 기준만 해당이 안될뿐 법망을 피할 수 있는 수준까지의 모든 형태로 자녀에게 모욕, 협박, 지시, 참견, 스토킹, 강요 등을 하면서 정신적&정서적 고통을 주는 부모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겪은 상담사들은 하나같이 꼭 부모 당사자도 아닌데 부모의 마음을 대변하듯이 얘기하며 자기자신은 가치판단에서 빠지려하는듯한 스탠스를 취합니다.

저와 같은 상황의 내담자라면 상담사가 '아예 내담자의 편'을 드는게 더 옳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와 같은 하나마나한(이해를 하고 싶지 않으니까 괴로운 거죠) 얘기를 하며 그렇게 해야 내담자님이 마음의 고통에서 빠져나와 부모를 객관적으로 보실 수 있다(정서적 독립)와 같은 그런 뜬구름 잡는 소리가 저에게는 너무나 공감없는 태도, 강건너 불구경 하는 태도로만 느껴집니다.

신체적 폭력, 양육비 미지급과 같은 일은 상담사들도 가치판단을 합니다. 그리고 내담자를 대신해서 부모(문제행동자)에게 직면을 시킵니다. 그런데 그 기준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자녀는 괴로운 정서적 폭력(보이지 않는 폭력이 더 무섭습니다.)에 대해서는 상담사가 내담자의 편이 되어주는 적극적인 태도가 아니라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며 내담자가 부모를 보는 관점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것 같아 기분이 불쾌하더라고요. 마치 상담 구조화의 시나리오를 '화해'를 결론으로 내리고 진행하는 것 같은 기분이요. 저는 부모와 화해할 생각도, 부모를 이해할 생각도 없다고 상담초기에 분명히 얘기를 했는데도 상담사는 계속 위에 계속 예시한 것처럼 그런식으로 말을 합니다. 제가 타인으로부터 겪은 불쾌했던 경험, 상처에 대해 말을 할때와는 달리 유독 부모의 악행에 대해 얘기만 하면 태도가 달라지더라고요. 부모의 행동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옳다, 그르다'를 말하는걸 꺼려하는 것 같습니다.

3. 상담사들의 편향적 인적구성

제가 지금껏 겪었던 상담사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40대 후반 ~ 50대의 중년 연령대 + 유자녀 + 자기자신도 과거에 자녀에게 고통을 준 적이 있는 시행착오 경험자들이었습니다. 즉, 성인이 됐으니 결혼하고 결혼했으니 아이낳고 등등... 지극히 아무생각없이 생애주기에 따라 그냥 아무 준비없이 부모가 된 그런 세대들입니다. 물론 한 세대 안에서도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니만큼 특정 세대를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겪었던 사람들은 치료자라기에는 '부모'라는 자기 개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상담사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자아를 분리시키지 못하고 혼동하고 계신분들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것도 저의 생각일수는 있겠지만 상담사들이 내담자 개인으로서(부모의 자녀로서가 아닌)의 건강한 삶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부모-자녀 사이의 관계개선'에만 초점을 두려하는 타성에 젖은 태도, 자녀를 가진 사람으로서 부모입장을 옹호하려는 태도(ex.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어요.), 부모-자녀 관계의 수직성&권력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양비론 등...) 이런 태도에서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큰 답답함이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집니다. 결론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고 해야할까요?

4. 개인적인 의견

제가 겪었던 곳들이 우연일수는 있겠지만 부모-자녀 갈등 등 가족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일수록 개인적으로는 자녀가 없고 + 최소 80년대생 이상인(30대) 상담사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세대가 갖고 있는 어쩔 수 없는 '고정관념'도 존재한다고 생각하고요. 아무리 교육과 수퍼비전을 받는 상담사라 할지라도 인간이 근본적으로 중립적일수는 없기에 섹터에 따라서는 자녀유무, 세대의 비율을 고르게 맞추는 기계적균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집단이라 할지라도 세대, 시대의식, 집단사고에서 비롯된 오류는 직업인으로서 먼저 인정하고 직면하고 고쳐나가는 자세가 진정한 전문가다운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60~70년대생 세대들이 젊었을때 배워온 가치관들의 많은 부분들이 변화하는 세상에 의해 반박당하고 깨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배워온 '부모-자녀 윤리'는 물론 그들이 부모가 된 뒤에 자기들이 생각하는 '부모-자녀 윤리'도 옳다고 할수는 없죠. 그럼에도 '부모-자녀 문제'로 찾아와 고통을 호소하는 자녀입장의 내담자들에게 조차도 그들은 여전히 자기들의 기준만으로 솔루션을 제공하고 그것을 아예 치료기법으로 시도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개인의 경험, 한 세대의 일원으로서 비롯되는 편견이라는게 치료자라는 직업의 영역에서도 분리되지 못할 정도로 강한건지.. 정말 상담사라는 자격이 무색할만큼 함량부족인 분들도 참 많더라고요.

이런 경험들을 겪으면 겪을수록 심리상담기관, 심리치료기관에 대한 불신과 트라우마만 더 커지더라고요. 제가 이런 사람들만 만나는 것일까요? 저도 논쟁하고 싶지가 않은데 '근본적으로' 안 맞는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설득이 불가능한데 설명도 불가능한 부분들요. 결이 다른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좋은 상담사를 찾는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이제는 상담이 지칩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도 모르겠고요. 답답한 마음에 고민글을 올렸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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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의 개수2개의 답변이 있어요!
  • 안녕하세요. 새침한부엉이49입니다.

    제가 글을 읽고 느낀점은

    본인은 아마도 심리상담 누구와 상담을 하셔도 답답함 느끼실거예요

    왜냐면 자기 주도적이고 자존감도 굉장히 높으시며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지적 능력도 굉장히 높게 느껴지거던요

    상담사들 얘기듣고 계시면 시답잖을것 같으세요

    상담이 아니라 이치나 순리를 논하고 맘자리 키울수 있도록 많은 지식과 경험과 지혜를 겸비하신 분들과 소통하신다면 엄청난 에너지를 소유하실것 같으시네요

    종교계쪽으로 한번 찾아보세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불교 쪽

    화두를 두고 논 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경험도 있기도 하구요

    믿고 않믿고가 아니라 소통하고 공감 동감 할수 있는 부분을 찾으셨으면 해서요




  • 안녕하세요. 영앤리치입니다.

    말씀하신 부분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가네요. 심리상담사도 사람이다 보니 본인 나이대 또는 세대에 겪어왔던 경험에 확증 편향되는 경우가 있죠. 그래서 자꾸 '부모님의 의도는 그게 아닐거다, 확대 해석하지 말라'는 조언을 주는 것 같아요. 근데 반대로 보면 내담자도 본인의 생각에만 갇혀 있잖아요. 그걸 경계하라는 의미에서 부모님의 입장을 설명해주는 걸로 보이니 너무 불쾌해하지는 마세요.


    작성자님께서 생각하시는 심리상담가의 역할과 실제 심리상담가가 생각하는 본인들의 역할이 다른 게 아닐까 싶네요. 작성자님은 내담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동감해주기를 원하시지만, 심리상담사는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고 내담자가 심리적 어려움 벗어나게 하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단순히 내담자에게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요. 문제는 계속되고 내담자는

    계속 고통 받죠. 문제를 제거하는 과정중의 하나가 부모님의 입장을 이해해보자는 취지였던 게 아닌가 싶네요. 물론 그게 너무 과해서 작성자님에게 또다른 상처를 준 것 같기도 하구요.


    모쪼록 힘든 시기릉 겪고 계신 작성자님의 마음의 상처가 하루 빨리 치유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