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양이 대칭이니 뒤집어도 같아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러운데, 안쪽은 그렇지 않습니다. 씨 타입 단자에는 핀이 스물네 개 들어 있고 위아래 두 줄로 나뉘어 있는데, 꽂는 방향에 따라 실제로 연결되는 줄이 달라집니다.
특히 중요한 게 씨씨 핀이라고 부르는 두 개입니다. 하나는 위쪽 줄, 하나는 아래쪽 줄에 있는데 꽂은 방향에 따라 그중 하나만 실제로 연결됩니다. 이 핀이 하는 일이 충전기와 기기가 몇 볼트 몇 암페어로 주고받을지 협상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한쪽 씨씨 핀이 마모되거나 산화되면 그 방향으로 꽂았을 때만 협상이 실패합니다. 협상이 안 되면 가장 낮은 기본값으로만 충전되니 다섯 시간 여섯 시간이 찍히는 거고, 뒤집어서 멀쩡한 반대쪽 핀이 쓰이면 다시 제 속도가 나옵니다.
왜 한쪽만 상하느냐 하면, 사람은 대개 늘 같은 방향으로 꽂습니다. 주머니에 넣고 눌리는 방향도 정해져 있고, 침대에서 충전할 때 케이블이 꺾이는 쪽도 늘 같고요. 그러니 마모와 이물질이 한쪽 줄에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라이트닝도 원리는 같습니다. 겉에는 여덟 개 접점이 양면에 보이지만, 애플은 꽂힌 방향을 감지해 핀 역할을 그때그때 다시 배정합니다. 그래서 한쪽 면 접점이 상하면 그 방향에서만 문제가 생깁니다.
다만 뒤집어서 되는 건 임시방편입니다. 이미 한쪽 접점이 상했다는 신호라, 나머지 한쪽도 결국 같은 길을 갑니다. 충전이 아예 멈추는 순간은 하필 급할 때 오기 마련이니 그전에 바꾸시는 편이 낫습니다.
마지막으로 케이블만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다른 케이블을 꽂아도 같은 방향에서만 느리다면 그건 기기 쪽 단자입니다. 그때는 전원을 끄고 단자 안쪽 먼지를 조심스럽게 긁어내 보시고, 그래도 그대로면 단자 교체를 알아보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