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에 계신 제 엄마가 지금 슬픔을 인지하고 계실까요?
지난 달 어느날 아침 일어나보니 벌써 깨고도 남을 시간이신데 엄마(80세. 30년전 뇌경색으로 편마비)가 주무시고 계시더라구요. 근데 평소같지 않게 대자로 누워 코를 고시길래 봤더니 이미 청색증으로 입술과 혀가 진보라색에 혀는 말린채로 돌같이 굳어있었죠. 119를 부르고 영상통화를 하는데 배를 보게 해달라길래 보여드렸고 다행히 호흡하는게 보인다고 하셨어요. 저도 51세 중증희귀질환자로 미혼이고 하늘아래 둘뿐이라 제정신이 아니었고 사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응급실에서는 여러 검사를 했고 처치를 했고 여러과의 의사분들이 안좋은 표정으로 본인 이마를 짚으시다 가셨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너무 오열을 해서 그랬는지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말씀을 해주셨어요. 최종적으로 하루, 길게는 3일이겠다고 하셨고 입원실 중에 임종실로 옮겼어요. 연명치료에 대한 의견도 물으셨는데 평소에도 우린 하지말자 얘길 해왔기 때문에 말씀드렸는데 법이라는게 가족중에 2인이 동의를 해야한다고 해요. 그래서 그냥 제 의견이 그러하다는 의견만 기록에 남겼습니다. 몸도 아가같이 조그만하시고 뼈도 너무나 가늘고 약하신데 보통 이런 환자의 경우 다른 분들보다 더 오래 걸리고 심폐소생술 하면 뼈 다 부러져 처참하고 저는 엄마 그렇게 보내기 싫습니다. 이제 임종실 병동가서 담당의사선생님께 상태 얘길 들었는데 우선 폐가 끈덕하고 폐혈증이 진행중이고, 자가 호흡이 안되니 앞으로 인공호흡기를 떼면 안되고 혈압이 너무 낮아 올리는 걸 쓰지만 그것도 마냥 쓰는게 아니기 때문에 위험하다. 그리고 췌장도 안좋다하고 신장도 투석해야하고 간경화인데 몰랐냐고 하시고 그리고 거의 30년전에 걸렸던 뇌경색이 재발을 해서 나머지 뇌도 여러군데 많이 막혔다고 믿기지 않는 얘길 들었습니다 오장육부 어디 하나 멀쩡한데가 없으신데, 하루 24시간 일년에 365일 50년을 한몸처럼 붙어있었으면서 저는 그것도 캐치하지 못하고 사람들이 저보고 엄마가 할머니 냄새도 안나고 깨끗하니 이런 효녀가 어딨냐고들 하시면 으쓱하고 은근 좋아했었는데, 어디 이런 불효자가 있을까요? 여자 둘이 살면서 둘 다 오래 아프다보니 외출 이래봤자 병원 가는건데 남들한테는 숨쉬듯 아무것도 아닌 것이 저흰 쉽지가 않아 건강검진은 그냥 패스하고 살았거든요. 어차피 버는 사람은 없고 쓰는 사람들만 있으니 돈도 없는데 무슨 병이 있다고 미리 알아서 뭐하냐 치료 다닐 돈도 없는데 제 입장만 생각한거죠. 근데 막상 엄마에게 이런 일이... 하룻밤 사이에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의사선생님께서는 고령환자시고 오랜 세월을 누워서 투병하셨기 때문에 주무시다 갑자기 도미노처럼 기능이 소실되기도 한다며 위로해주셨고(천식이 심하셨는데 그게 원인이었을수도 있다고 해요) 어떤분은 지금 가셔도 호상이라고 위로 하셨는데 말씀은 감사한데 자식한테 호상이란게 있을까요? 우리 엄마 저 태어나서 지금까지 룸메이트로 50년동안 떨어져 잔적 한번도 없습니다. 암튼 두서없이 서론이 길었고요. 엄마가 기적같이 잘 버텨주셨고 일반 병동으로 왔다가 3차병원 입원일수 뭐 제한이 있는지 2차병원 리스트를 주길래 그냥 추천 받겠다하고 국립병원 중환자실로 와서 지금 거기 계십니다. 저희 엄마가 bts 아미세요. 우리 둘 다 그중 뷔의 팬이죠. 언능 모두 제대해서 완전체를 그렇게 기다리시며 유튜브 영상 매일 보시며 하루라도 안보면 안된다며 열정적으로 좋아하셨는데... 저러고 계시네요. 요즘은 가끔씩 눈도 뜨고 그 큰 눈망울로 저를 빤히 보시는데 아무 말씀도 반응도 없으세요. 저는 계속 그러죠. "언능 나아서 집에 가자" 가끔 뉴스에 불량한 요양병원 나오면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둘이 욕하고 흥분했었거든요. 왜냐하면 혹시 제가 엄마를 거기에 버렸구나 생각하시고 다신 집에 못가는구나 여기시고 슬프실까봐서 빨리 나아서 가자고 합니다. 물론 기계들을 뗄수 없어 이제 집에 못가십니다.
그래서 여쭙는 것입니다. 정확한 검사결과나 상태를 알수없는 거야 이 어플상 어쩔수 없는거고 아시는 한도내에서
"엄마는 지금 본인의 처지에 대해서 인지하고 고통스럽고 슬프실까요? 슬픔을 느끼실까요?"
안녕하세요. 최병관 내과 전문의입니다.
현재 질문에 답변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식물인간이라고 하는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신경과 의사 적어도 2인이 참여하여 뇌파 검사 등을 통해 현재 의식이나 자발적으로 신체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데 지금 인공호흡기를 유지해야하고 자발적인 호흡이 없다면 의식이 있어 이를 인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의학이라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무의식처럼 보이는 상태에서도 후에 이를 후술하는 드문 경우도 있기 때문에 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부디 답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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