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 차 살 때 딜러가 RV라고 해서 캠핑카인가 싶었던 기억이 있어요. 알파벳 R은 레크리에이션, 그러니까 여가나 놀이를 뜻하는 단어이고 RV는 레크리에이셔널 비히클, 여가용 차량이라는 말입니다. 전기냐 기름이냐 같은 동력 구분이 아니라 차의 쓰임새로 나눈 분류예요.
재미있는 건 이 말이 나라마다 뜻이 다르다는 점이에요. 미국에서 RV라고 하면 정말로 침대와 주방이 달린 캠핑카를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후반 갤로퍼, 무쏘, 카니발 같은 차들이 나오면서 승용차도 아니고 트럭도 아닌 이 차들을 뭐라고 부를지 애매했고, 그때 업계가 RV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그래서 한국식 RV는 SUV와 미니밴, MPV를 한 묶음으로 부르는 말로 굳어졌습니다. 세단이 아닌 덩치 있는 차는 전부 RV라고 부르는 셈이죠.
기아가 광고에서 RV를 유난히 강조하는 이유도 있어요. 기아는 스포티지, 쏘렌토, 카니발, 셀토스, 텔루라이드처럼 판매량 상위가 거의 다 이 계열이고, 국내에서 RV 판매 1위를 오래 지켜 왔습니다. 카니발은 이 급에서 경쟁차가 거의 없어서 사실상 시장을 혼자 가지고 있고요. 그래서 세단보다 RV 명가라는 이미지를 내세우는 거예요. 광고에 나온 차도 아마 쏘렌토나 카니발, 스포티지 계열이었을 겁니다.
정리하면 RV는 여가용 차라는 뜻에서 출발해 한국에서는 SUV와 미니밴을 통칭하는 말이 됐고, 전기차든 하이브리드든 가솔린이든 차체 형태가 그쪽이면 다 RV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요즘은 EV6 같은 전기 SUV도 전기 RV라고 표현하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