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들이 대변을 보기 직전에 왜 꼭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여러 번 돌면서 자리를 잡는 걸까요?

반려견과 산책을 나가면 꼭 잔디밭이나 흙 위에서 똥을 쌀 때, 바로 자세를 낮추지 않고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여러 번 돌며 냄새를 맡고 나서야 볼일을 봅니다. 야생에서 뱀이나 벌레를 쫓아내려는 본능인지, 아니면 지구의 자기장 남북 방향을 맞추려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는 건지 진짜 심리가 궁금해요.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안녕하세요. 임형준 수의사입니다.

    다듬으면 이런 톤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강아지들은 대변을 보기 직전에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행동을 자주 합니다. 어떤 아이는 한두 바퀴만 돌지만, 어떤 아이는 다섯 바퀴 이상을 돌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특히 집에서 배변패드에 볼일을 볼 때보다 산책 중 잔디나 흙 위에서 훨씬 자주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이 행동은 하나의 이유 때문이 아니라 수만 년 동안 야생에서 살아오며 몸에 남은 여러 본능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야생에서 배변하는 순간은 개가 가장 무방비해지는 시간입니다. 몸을 웅크리는 동안에는 빠르게 도망치기 어렵고 주변을 경계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자세를 취하기 전에 몇 바퀴 돌면서 주변을 살피고 냄새를 맡아 위험 요소가 없는지 확인하는 습성이 남아 있습니다. 풀숲을 밟으며 자리를 정리하는 행동 역시 숨어 있는 뱀이나 작은 동물, 곤충 등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주변 정보를 읽기 위해서입니다. 사람에게 공원 게시판이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라면 개에게는 배변 장소가 하나의 정보 교환 장소입니다. 개는 뛰어난 후각을 이용해 다른 개가 남긴 소변과 대변만으로 성별, 건강 상태, 발정 여부, 지나간 시간 등 다양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빙글빙글 돌며 냄새를 맡는 과정은 주변 정보를 수집하는 행동이며, 이후에는 자신의 배변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남기게 됩니다.

    가장 편안한 장소를 찾는 과정도 포함됩니다. 강아지는 땅의 상태와 경사, 풀의 길이, 바람 방향 등을 자연스럽게 확인하며 가장 안정적으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위치를 선택합니다. 한참을 돌다가 갑자기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한동안 화제가 되었던 '지구 자기장을 맞춰 배변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2013년 체코 연구진은 개들이 지구 자기장이 안정적인 날에는 남북 방향으로 몸을 맞춰 배변하는 경향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는 큰 관심을 받았지만 이후 여러 연구에서 같은 결과가 일관되게 재현되지는 않았습니다. 현재는 개가 자기장을 어느 정도 감지할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배변 전에 빙글빙글 도는 행동을 설명하는 핵심 이유로 보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을 종합하면 강아지가 배변 전에 빙글빙글 도는 행동은 주변의 안전을 확인하고, 다른 개들의 정보를 수집하며, 가장 편안한 장소를 선택하기 위한 야생의 생존 본능이 지금까지 이어진 결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배변을 마친 뒤 뒷발로 흙이나 잔디를 힘차게 차는 행동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배설물을 덮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목적은 자신의 냄새를 더 넓게 퍼뜨리는 데 있습니다. 발바닥에는 냄새샘이 있어 뒷발질을 하면서 자신의 흔적을 넓은 범위에 남기게 됩니다. 그래서 흙이 없는 아스팔트에서도 열심히 뒷발질을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으며, 이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영역 표시 행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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