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코 데 고야(Francisco de Goya, 1746~1828)는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이자 판화가입니다. 흔히 고야를 “옛 거장들의 마지막이면서 현대미술의 시작을 연 화가”라고 설명합니다.
처음에는 ‘궁정화가’였습니다
고야는 처음부터 어둡고 무서운 그림을 그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왕실과 귀족을 위한 그림을 그리고, 왕립 태피스트리 공장의 장식용 밑그림도 제작했습니다. 이후 스페인 왕실의 궁정화가가 되었고, 1799년에는 **제1궁정화가(First Court Painter)**에 임명될 정도로 성공했습니다.
즉, 고야의 출발점은 상당히 전통적인 왕실·귀족 화가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림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고야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건이 있습니다.
1792년경 심각한 질병을 앓은 뒤 거의 완전히 청력을 잃게 됩니다.
그 이후 고야의 작품에는 인간의 내면, 광기, 공포, 미신, 폭력과 같은 어두운 주제가 점점 강하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고야의 작품 세계를 대략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궁정의 화려함 → 인간에 대한 관찰 → 전쟁과 폭력 → 인간 내면의 어둠
고야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 것’
고야는 인간을 아름답게만 그리지 않았습니다.
왕도, 귀족도, 평범한 사람도, 군인도, 광인도 인간의 욕망과 어리석음, 잔인함과 고통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판화집 《카프리초스(Caprichos)》입니다.
여기서는 미신, 무지, 위선, 사회의 어리석음 등을 풍자합니다. 그리고 나폴레옹 전쟁을 겪으면서 더욱 강렬한 작품을 만듭니다.
《전쟁의 참화》
이번 대구 고야 특별전을 이해하려면 바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고야는 전쟁을 영웅적인 승리의 장면으로 그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 죽임을 당하는 사람
* 처형되는 사람
* 굶주리는 사람
* 가족을 잃은 사람
* 폭력에 희생되는 민간인
등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전쟁의 참화》를 볼 때는
“누가 이겼는가?”보다 “전쟁에서 인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고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프라도 미술관도 이 연작을 나폴레옹 전쟁 당시 민간인이 겪은 폭력을 고발한 작품으로 설명합니다.
말년에는 더욱 충격적인 그림을 그립니다
고야의 후기 작품 가운데 유명한 것이 《검은 그림들(Black Paintings)》입니다.
대표적으로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가 있습니다.
굉장히 끔찍하고 어두운 그림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작품 때문에 고야는 후대의 표현주의,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준 인물로 평가됩니다. 고야의 후기 작품은 당시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에서 상당히 벗어나 자유롭고 거친 표현을 보여줍니다.
고야를 한 문장으로 이해한다면
저는 이렇게 설명하면 가장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고야는 아름다운 세상을 그린 화가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아름답지 않은 현실까지 정직하게 바라본 화가이다.”
그래서 이번 대구 특별전을 보신다면 단순히 ‘옛날 스페인 그림’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각 판화 앞에서 ‘고야는 이 장면을 통해 인간에게 무엇을 묻고 있는가?’라고 생각하면서 보시면 훨씬 깊게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