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처럼 한 번 교차하는 정도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케이블 사이의 간섭은 서로 나란히 붙어서 길게 따라갈 때 생기고, 십자로 한 번 스치듯 지나가는 배치는 오히려 간섭이 가장 적은 모양입니다.
원리를 보면 이렇습니다. 전원선에 흐르는 교류는 주변에 자기장을 만들고, 그 자기장이 옆에 놓인 신호선에 작은 전압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이 유도는 두 선이 평행하게 겹친 길이에 비례해서 커집니다. 직각으로 만나면 겹친 길이가 사실상 없어서 유도되는 양도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에이치디엠아이는 두 가닥을 한 쌍으로 묶어 서로 반대 위상으로 보내는 방식이라 잡음에 강합니다. 바깥에서 잡음이 들어와도 두 가닥에 똑같이 실리기 때문에 받는 쪽에서 차이만 읽으면 잡음이 상쇄됩니다. 여기에 케이블 안쪽 은박 차폐까지 더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조건이 겹칠 때입니다. 케이블이 오 미터를 넘게 길거나, 차폐가 부실한 저가 제품이거나, 전원 케이블과 케이블 타이로 묶어서 오래 나란히 갈 때입니다. 증상은 화면에 흰 점이 반짝이거나, 순간 검게 꺼졌다 돌아오거나, 소리가 툭 끊기는 식으로 나타납니다.
의외로 케이블보다 어댑터 본체가 더 큰 잡음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노트북 충전기 안에는 높은 주파수로 전기를 끊었다 붙였다 하는 회로가 들어 있어서, 그 벽돌 부분이 케이블이나 기기에 바싹 붙어 있으면 영향이 더 큽니다. 어댑터는 조금 떨어뜨려 두시는 게 좋습니다.
정리하면 배선은 세 가지만 지키시면 됩니다. 나란히 갈 때는 한 뼘쯤 띄우고, 꼭 만나야 하면 지금처럼 직각으로 지나가게 하고, 신호선과 전원선을 한 다발로 묶지 않는 것입니다. 케이블 타이로 예쁘게 묶는 게 보기에는 좋아도 전기적으로는 제일 나쁜 배치입니다.
혹시 지금 화면이 실제로 깜빡이신다면 케이블을 탓하기 전에 양쪽 단자를 뺐다 다시 꽂아 보시고, 다른 케이블로 바꿔 보시는 것이 빠릅니다. 저도 예전에 간섭인 줄 알고 배선을 다 정리했는데 알고 보니 접촉 불량이었던 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