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압도적으로흥미진진한커피
물리학에서 정보라는 것의 개념이 궁금해요
물리학에서의 정보의 개념은 통상 사용하는 정보라는 단어의 의미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가진 것 같던데 가령 어떤 것들을 가리켜 정보라고 부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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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맞아요, 물리학에서 말하는 정보는 일상에서 쓰는 뉴스나 데이터 같은 뜻과는 꽤 달라요. 물리학에서 정보란 어떤 시스템의 상태를 완전히 기술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가리켜요. 아주 넓게 말하면 지금 이 순간 입자가 어디에 있고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고 어떤 방향으로 회전하는지를 특정할 수 있게 해주는 모든 물리량이 곧 정보예요.
가장 직관적인 예를 들면 동전 한 개가 있어요. 앞면인지 뒷면인지, 이 두 가지 가능성 중 하나를 확정하는 데 필요한 양이 정보 1비트예요. 물리학에서는 이걸 입자 하나의 스핀이 위인지 아래인지, 광자의 편광이 수평인지 수직인지 같은 물리적 상태에 대응시켜요. 상태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보가 존재한다는 뜻이에요.
열역학에서는 정보와 엔트로피가 깊이 연결돼 있어요. 엔트로피는 흔히 무질서도라고 배우지만, 정보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그 시스템에 대해 모르는 양이에요. 방 안의 공기 분자가 어디에 있는지 하나하나 다 알면 엔트로피가 낮고 정보를 많이 가진 상태예요. 반대로 분자들이 무작위로 흩어져서 개별 위치를 특정할 수 없으면 엔트로피가 높고 정보가 사라진 상태예요. 뜨거운 커피가 식으면서 열이 주변으로 퍼지는 과정은 에너지 관점에서는 열 전달이지만 정보 관점에서는 커피 분자들의 질서 있는 상태에 대한 정보가 환경 속으로 흩어져 추적할 수 없게 되는 과정이에요.
양자역학에서는 정보의 개념이 더 극적으로 드러나요. 양자 얽힘 상태에 있는 두 입자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쪽의 상태를 측정하면 다른 쪽의 상태가 즉시 결정되거든요. 이건 신호가 전달된 게 아니라 두 입자가 하나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양자컴퓨터가 다루는 큐비트도 0과 1이 겹쳐 있는 양자 상태의 정보를 연산에 활용하는 거예요.
물리학에서 정보가 특별한 위상을 가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블랙홀 문제예요. 블랙홀에 물체가 빨려 들어가면 그 물체를 구성하던 모든 물리적 상태, 즉 정보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 양자역학의 근본 원리 중 하나가 정보는 절대 소멸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과거 상태를 알면 미래를 계산할 수 있고 미래를 알면 과거를 역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리인데, 블랙홀이 정보를 삼켜버리면 이 원리가 깨지거든요. 이 모순을 블랙홀 정보 역설이라 부르고, 호킹과 여러 물리학자들이 수십 년간 논쟁한 현대 물리학의 핵심 문제 중 하나예요.
이런 흐름을 종합하면 최근 물리학에서는 정보를 에너지나 물질과 동등한 수준의 근본적인 물리적 실체로 보는 시각이 강해지고 있어요. 존 휠러라는 물리학자가 남긴 유명한 표현이 있는데, 모든 것은 비트로부터라는 말이에요. 물질과 에너지의 배후에 정보가 있고, 우주의 법칙 자체가 정보의 처리 규칙일 수 있다는 발상이에요. 아직 완성된 이론은 아니지만 물리학이 정보를 바라보는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는 관점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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