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자꾸 끊기고 잊어서는 안되는 걸 까먹어요

성별

여성

나이대

10대

처음엔 화장실 불 끄는 거를 아예 생각을 못 했거나 뭐를 하려고 했는지 까먹었었는데 점점 갈수록 더 심해져요

학교에서 분명 1교시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어느순간 2교시 수업을 듣고 있어요 제가 반이동을 한 기억이 안나서 더 생각할수록 뇌가 하애지고 여기가 어딘지, 제이름이 뭔지, 제가 누군지를 아예 기억이 안나서 당황스러운적도 있어요

집이 코앞에 있었는데 말로 제집이 어딘지 설명하라하면 할 수 있는데 누가 눈에 막이라도 씌운 것처럼 제집이 어딘지 모르겠어서 의식의흐름대로 갔던 적도 있고

익숙한 공간인데 낯선 공간 처럼 느껴질때가 정말 많습니다

갑자기 맨날 보던 친구들이 처음보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등교를 하려고 집을 나와서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제가 어딜 가야하는지를 까먹고 생각하다가 아 학교를 가야하는 구나 > 근데 학교가 뭐지? 어디지? 난 누구지? 이런 생각이 든적도 있어요

가끔은 실제론 조명이 꺼지지 않았는데 가까이서 부터 탁탁탁 하고 조명이 꺼진 것처럼 시야가 어두워지고 귀에서 삐이거리는 소리가 나고 어지럽고 그 이후엔 기억이 안나요

제가 제작년에 정말 힘든일이 많았어서

작년엔 잠깐 공황증상이 생겼다가 방치하니깐 서서히 사라지긴 했어요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안좋은 기억들이 스처지나갈때

자주 그러는 거 같긴한데

이유없이 갑자기 저러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이런 증상을 겪었다는 것도 까먹다가 우연히 공책에 적어놓은 걸 보고 계속 쭉 기록 했는데 보니 심각성이 느껴져서 글남깁니다..

2개의 답변이 있어요!

  • 안녕하세요. 최성훈 내과 전문의입니다.

    적어주신 내용으로 미루어 작년에 겪었던 힘든 일과 공황 증상이 현재의 증상과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이며, 뇌의 기능적 문제 보다는 심리적 과부하로 인한 보호 기제일 가능성이 생각됩니다.

    우리 마음은 감당하기 너무 힘든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마주하면, 나 자신을 그 상황으로부터 분리시켜 보호하려고 하는 해리 현상이 나타나며, 적어준 증상들은 전형적인 해리 증상들에 해당 합니다.

    조명이 꺼지는 것처럼 시야가 어두워지고 귀에서 삐- 소리가 나는 것은 심리적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 나타나는 신체화 증상 중 하나로 뇌가 일시적으로 외부 정보를 차단하려고 할 때 나타날 수 있으며, 이후 기억이 안 나는 것 역시 해리 증상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작년에 공황 증상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이 그 고통을 느끼지 않으려고 감각을 무디게 만들거나 기억을 분리(해리)하는 쪽으로 방어 전략을 바꾼 것일 수 있습니다. 안 좋은 기억이 스칠 때 증상이 심해진다는 것은,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나를 자꾸 건드리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지금 증상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혼자서 해결하려고 애쓰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이 꼭 필요하므로 부모님이나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알도록 하고, 10대 시기에는 뇌가 계속 발달 중이기 때문에, 이런 해리 증상을 방치하면 학습이나 대인관계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청소년 상담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 방문하여 상담과 약물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합니다.

    갑자기 세상이 낯설게 느껴질 때, "지금 내가 딛고 있는 바닥의 단단함", "내 손등의 촉감", "눈에 보이는 빨간색 물건 3개 찾아보기" 처럼 현재의 물리적 감각에 집중해 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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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택된 답변
  • 서술하신 증상은 단순 건망증 범주를 넘습니다. “시간이 통째로 비는 기억 소실”, “자기 정체감 혼란(내가 누구인지 모름)”, “익숙한 장소·사람이 낯설게 느껴짐”, “시야가 어두워지면서 이명 후 기억 소실”은 신경학적 또는 정신의학적 평가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가능한 원인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나눕니다. 첫째는 해리 증상입니다. 과거 강한 스트레스 이후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현실감 상실(비현실감), 이인증, 기억 공백이 특징입니다. 특히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주변이 낯설다”는 표현은 해리성 증상과 상당히 일치합니다. 둘째는 신경학적 원인입니다. 측두엽 간질(temporal lobe epilepsy)에서는 짧은 의식 혼탁, 기억 공백, 낯섦 느낌, 자동행동 후 기억 소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느 순간 시간이 건너뛴 느낌”, “이후 기억이 없다”는 부분은 반드시 감별이 필요합니다. 셋째는 실신 전 단계 또는 뇌 혈류 감소입니다. 시야가 주변부터 어두워지고, 귀울림, 어지럼 후 기억이 끊기는 양상은 전형적인 실신 전구 증상과 유사합니다. 다만 반복성과 기억 소실 정도를 고려하면 이것만으로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정신적 문제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신경학적 원인을 먼저 배제하는 것입니다. 특히 간질성 발작 가능성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필요한 평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뇌파 검사(간질 여부 평가), 뇌 자기공명영상(MRI), 기본 혈액검사(저혈당, 전해질 이상 등), 필요 시 심전도 및 기립성 혈압 평가입니다. 동시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해리성 장애, 공황 관련 장애 평가가 필요합니다.

    즉시 진료를 권하는 기준도 명확합니다. 최근 증상이 점점 악화되고 있고, “자기 인식 소실”과 “기억 공백”이 반복되며, “의식 저하 의심되는 구간”이 있기 때문에 외래가 아니라 빠른 시일 내 신경과 진료가 우선입니다. 가능하면 보호자와 함께 방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생활 측면에서는 단독 외출을 최소화하고, 증상 발생 전후 상황을 기록(시간, 장소, 전조 증상)하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수면 부족, 과도한 스트레스, 공복 상태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하면, 현재 양상은 해리 증상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범위가 넓고, 간질 또는 실신성 사건이 동반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반드시 신경과 평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후 필요 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병행하는 접근이 적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