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못 하는 이유가 심심해서가 아니라는 게 재미있는 지점이에요.
십 년 전에 비해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 되는 이유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연락과 심심풀이였는데 지금은 신분증이고 지갑이고 열쇠입니다. 본인 인증이 안 되니 은행 업무가 막히고, 카드 대신 쓰던 간편결제도 못 쓰고, 인증 앱이 필요한 일은 전부 사람을 직접 찾아가야 합니다. 택시 부르는 것도 식당에서 주문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요.
그래서 실제로 계산해 보면 삼억이 생활비로 쓰이는 게 아니라 불편을 돈으로 메우는 데 들어갑니다. 은행 지점 가느라 반차 쓰고, 종이 서류 떼러 다니고, 길 찾느라 헤매고요. 그 시간을 값으로 치면 십 년이면 꽤 큰 금액이 상쇄됩니다.
다만 조건을 조금만 느슨하게 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스마트폰은 안 되지만 폴더폰과 집 컴퓨터는 된다, 이런 식이면 저는 할 것 같아요. 대부분의 불편은 통화와 문자, 그리고 컴퓨터로 해결되거든요. 정작 못 견디는 건 기능이 아니라 어디서든 즉시 처리할 수 있던 습관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좋아질 것도 있을 겁니다. 자기 전에 누워서 계속 넘겨 보는 시간, 알림에 자꾸 끊기는 집중력, 남들 근황을 보며 비교하는 마음 같은 것들이요. 이 부분만 놓고 보면 돈을 안 받아도 해볼 만합니다.
결국 저는 조건부로 하겠다는 쪽입니다. 완전한 단절이면 못 하고, 최소한의 연락 수단이 남아 있다면 십 년도 해볼 만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