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상황이라 신중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경구피임약(특히 에스트로겐 함유 제제)은 혈전 생성 위험을 높이는 것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눈의 망막 혈관에 혈전이 생기면 망막혈관폐쇄가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이 비문증이나 시력 변화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복용 시작 후 비교적 이른 시점에 한쪽 눈에만 발생했다는 점, 망막이 약해졌다는 소견이 동반되었다는 점이 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합니다.
약을 끊는다고 해서 이미 발생한 망막 변화가 자동으로 회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망막 손상은 그 정도와 위치에 따라 예후가 달라지며, 일부는 비가역적일 수 있습니다. 안과에서 망막이 약해졌다는 표현이 구체적으로 어떤 소견인지, 즉 망막박리 위험이 있는 격자변성인지, 혈관 관련 소견인지에 따라 대응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안과에서 피임약 복용 사실을 명확히 알리고, 망막 정밀 검사(안저검사, 빛간섭단층촬영 등)를 통해 현재 소견의 정확한 진단을 받으시는 것입니다. 산부인과와 안과가 서로 상황을 공유하지 않은 채 각자 판단하고 있는 상태가 가장 우려됩니다.
비문증이 갑자기 심해지거나, 빛이 번쩍이거나, 시야 일부가 가려지는 느낌이 생기면 즉시 응급으로 안과를 방문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