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입니다. 다만 쇠가 녹스는 것과는 순서가 조금 다릅니다. 자외선이 먼저 분자 사슬을 끊어놓고, 그렇게 끊어져 불안정해진 자리가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하는 두 단계로 진행돼요. 그래서 그냥 산화가 아니라 빛이 일으킨 산화라는 뜻으로 광산화라고 부릅니다.
왜 하필 자외선이냐면 에너지 크기가 딱 맞아떨어져서입니다. 플라스틱은 긴 사슬처럼 이어진 분자 덩어리인데 그 연결 고리를 끊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자외선 정도예요. 눈에 보이는 빛은 에너지가 모자라 그냥 지나가고 자외선만 고리를 때려서 끊습니다. 같은 의자라도 그늘에 둔 것은 몇 년이 지나도 멀쩡한 이유가 이겁니다.
하얗게 보이는 이유는 조금 의외입니다. 색소가 빠진 탓도 있지만 더 큰 원인은 표면이 미세하게 갈라지고 부스러지는 데 있습니다. 매끄럽던 면이 거칠어지면 빛이 한 방향으로 반사되지 않고 사방으로 흩어지는데, 그게 우리 눈에는 뿌옇게 하얀색으로 보입니다. 오래된 의자를 손으로 문질렀을 때 하얀 가루가 묻어나오는 게 바로 그 부스러진 표면이에요.
색보다 중요한 건 사실 강도입니다. 사슬이 끊기면 재료가 잘 휘지 못하고 툭 부러지는 성질로 바뀝니다. 야외에 오래 둔 플라스틱 의자가 앉는 순간 갈라져 버리는 게 그래서예요. 겉이 하얗게 변했다는 건 안쪽도 이미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제조사들은 자외선을 흡수해 주는 첨가제를 섞습니다. 특히 검은 안료를 넣으면 자외선이 표면에서 먼저 흡수돼 안쪽까지 못 들어가는데, 야외에 쓰는 전선 피복이나 물탱크, 화분 받침 같은 게 유독 검은색이 많은 이유가 그겁니다. 멋을 부린 게 아니라 오래 버티게 하려는 선택이에요.
이미 하얗게 된 것은 되돌릴 수 없지만 진행을 늦출 수는 있습니다. 안 쓸 때 덮개를 씌우거나 그늘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수명이 꽤 늘어나고, 야외용 보호 코팅제를 발라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이미 가루가 묻어날 정도가 된 의자라면 보기보다 약해져 있으니 체중이 실리는 자리에는 안 쓰시는 게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