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전통 담장의 접착제로 쓰인 석회가 시간이 흐를수록 돌처럼 단단해지는 현상은 수산화칼슘이 대기 중의 물질과 결합하여 안정한 무기 화합물로 변해가는 무기 화학적 반응의 결과입니다. 석회죽의 주성분인 수산화칼슘은 담장에 도포된 후 수분이 증발하면서 일차적으로 건조됩니다. 이후 본격적인 경화가 시작되면 수산화칼슘은 공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지속적으로 흡수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흡수된 이산화탄소가 수산화칼슘과 화학적으로 반응하면서 물을 배출하고, 그 자리에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 무기염인 탄산칼슘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결정 구조의 근본적인 재배열인 재결정화가 일어납니다. 상대적으로 결합력이 약했던 수산화칼슘의 판상 구조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원자 간 결합이 매우 치밀하고 단단한 탄산칼슘 결정이 새롭게 자라나게 됩니다. 이 미세한 탄산칼슘 결정들은 서로의 틈새를 촘촘하게 메우며 성장을 거듭하고, 담장을 구성하는 흙이나 돌 같은 주변 골재들과 강력한 격자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엉겨 붙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반응은 자연계의 석회암이나 대리석이 만들어지는 원리와 같은 것으로, 공기 중의 성분을 매개로 하여 석회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인공 암석층으로 진화하는 과정입니다. 이 때문에 전통 담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비바람에 쉽게 씻겨 나가지 않는 견고한 돌의 성질을 갖추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