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걸로 시작하셔도 됩니다. 몇 년 전에는 싼 제품이 조립부터 수평 잡기까지 고생길이었는데, 지금은 이십에서 삼십만 원대에도 자동으로 바닥 높이를 잡아 주는 기능이 기본으로 들어갑니다. 놀이용이라면 이 정도가 오히려 알맞습니다.
방식은 필라멘트를 녹여 쌓는 쪽으로 시작하세요. 액체 수지를 굳히는 방식이 표면은 훨씬 곱지만, 냄새가 세고 장갑을 껴야 하며 출력이 끝난 뒤에도 씻고 굳히는 작업이 남습니다. 아주 정교한 피규어가 목적이 아니라면 집에서는 필라멘트 방식이 편합니다.
고르실 때 볼 항목은 많지 않습니다. 첫째가 바닥 높이를 자동으로 잡아 주느냐인데, 이게 실패율을 가장 크게 좌우합니다. 둘째는 출력 크기로 한 변이 이십 센티 정도면 웬만한 건 다 됩니다. 셋째는 소음입니다. 한 번 돌리면 몇 시간씩 가니까 밤에 방에서 돌리실 거면 미리 확인하세요.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쓰는 대중적인 모델이면 막혔을 때 검색으로 해결이 됩니다.
그런데 진짜 벽은 프린터가 아니라 도면입니다. 시중에 없는 물건을 만들려면 그 물건의 삼차원 도면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순서를 뒤집어 보시는 걸 권합니다. 프린터를 사기 전에 브라우저에서 바로 되는 무료 모델링 도구로 며칠 만들어 보세요. 여기서 재미를 붙이시면 프린터는 그때 사도 늦지 않습니다.
당장은 남들이 올려 둔 무료 모델을 받아 출력하는 것부터 시작하시면 좋습니다. 공유 사이트에 생활용품부터 부품까지 엄청나게 올라와 있어서, 그것만 뽑아도 한동안 재미있습니다.
기대치도 미리 맞춰 두시면 좋겠습니다. 첫 달에는 실패한 출력물이 여러 개 나옵니다. 바닥에서 떨어지거나 노즐이 막히는 일이 흔합니다. 그리고 결과물 표면에는 쌓인 층이 줄무늬로 보입니다. 매끈하게 쓰시려면 사포질과 도색이 따라옵니다.
마지막으로 프린터 값 말고 따라오는 것들입니다. 필라멘트와 노즐 같은 소모품, 출력 중 나는 냄새 때문에 환기, 흔들리지 않는 평평한 책상, 겨울에는 너무 추우면 출력이 잘 안 붙는 문제까지요. 그래도 놀이용이라면 저렴한 것으로 가볍게 시작하시는 게 맞습니다. 비싼 걸 먼저 사면 손이 안 갈 때 후회가 더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