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보며 느끼시는 무거운 마음과, 참된 정의에 대한 깊은 고민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성경은 이런 냉혹한 현실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며, 정의와 용서에 대해 매우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시각을 제시합니다.
1. 가해자와 피해자를 바라보는 성경의 관점
성경은 기본적으로 억압받는 자와 피해자의 편에 서서 불의를 강하게 꾸짖습니다. 하나님은 고아와 과부, 나그네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의 눈물을 기억하시는 '공의의 하나님'입니다. 가해자의 죄악은 단순히 사람을 향한 폭력을 넘어 창조주를 향한 교만과 죄로 간주되며, 성경은 가해자의 책임을 끝까지 엄중하게 묻습니다.
2. 예수님의 '용서'와 가해자의 회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용서는 피해자에게 무조건 참으라는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인내의 요구가 아닙니다. 성경은 개인적인 원한을 털어내는 '내면의 용서'와 관계를 회복하는 '화해'를 명확히 구분합니다. 내면의 용서는 피해자가 분노와 복수심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유로워지기 위한 결단입니다. 하지만 가해자와의 진정한 화해는 철저한 자백과 진실한 회개, 그리고 그에 합당한 책임과 보상이 전제되어야만 가능합니다(누가복음 17장 3절).
3. 피해자의 상처 치유 vs 가해자를 향한 용서
성경은 "마음이 상한 자를 가까이하신다(시편 34편)"고 말하며, 피해자의 찢어진 마음과 상처를 돌보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습니다. 회개 없는 가해자를 향한 섣부른 용서 강요는 오히려 2차 가해가 될 수 있습니다. 성경적 용서는 가해자의 죄를 무마해 주는 면죄부가 아니라, 피해자가 과거의 고통에 묶이지 않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회복해 나가는 가장 강력한 치유의 과정에 가깝습니다.
4. 인간의 죄성과 정치인으로서의 정의 실현
말씀하신 대로 인간의 본성에는 깊은 죄성과 이기심이 자리 잡고 있기에, 제도를 완벽하게 고친다고 해서 이 땅에 흠결 없는 유토피아가 도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의를 향한 치열한 노력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뜬구름 잡는 거창한 이상론에 기대기보다, 청년 정책이나 지역 사회의 혁신 프로젝트처럼 사람들의 일상과 가장 맞닿은 실질적인 제도부터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구체적인 움직임들이 모일 때 비로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강력한 방파제가 만들어집니다. 완벽할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묵묵히 부조리를 견제하고 선한 시스템을 세워가는 것, 그것이 정치와 행정이 감당해야 할 빛과 소금의 역할입니다.
5. 개인의 용서와 국가의 정의 실현 사이의 균형
성경은 개인의 윤리와 국가 차원의 사법적 윤리를 구분하여 균형을 잡습니다. 개인에게는 스스로 원수를 갚지 말고 악을 선으로 이기라(로마서 12장)고 권면하지만, 국가와 공권력에게는 악을 징벌하고 선을 보호하여 사회 질서를 유지할 '칼(사법적 권위)'을 주었다고 명시합니다(로마서 13장). 즉, 피해자 개인은 복수의 굴레에서 벗어나 회복과 용서로 나아가야 하지만, 국가는 제도를 통해 철저하게 가해자의 책임을 묻고 공의를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 성경이 말하는 온전한 조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