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번 상황에서 피임 효과가 깨졌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경구피임약은 복용 후 소장에서 흡수되는데, 대부분 1에서 2시간 이내에 흡수가 완료됩니다. 설사가 시작된 시간이 복용 4시간 이후이고, 설사가 심했던 건 맞지만 흡수 완료 이후에 일어난 일입니다. 말씀하신 3에서 4시간 기준도 여기서 나온 겁니다. 그러니 이번 설사가 약 흡수를 방해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안심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생리 첫날부터 복용을 시작하셨고 11일 동안 같은 시간에 꾸준히 드셨다는 게 중요합니다. 경구피임약은 복용 초기부터 시상하부-뇌하수체 축을 억제해서 배란 자체를 막는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첫날 시작 기준으로 일주일 이상 꾸준히 복용했다면 배란 억제 상태가 이미 확립되어 있습니다. 하루 이틀 흡수가 불완전했다 해도 이 상태가 즉시 풀리진 않습니다.
배란 억제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혈중 LH(황체형성호르몬)나 프로게스테론 수치를 보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다만 이 검사는 피임약 복용 중 일상적으로 시행하는 검사가 아니고, 지금처럼 흡수 문제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결과를 단일 수치로 해석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산부인과에 가시더라도 의사 대부분은 복용 이력과 타이밍을 듣고 판단하지, 검사를 바로 권하진 않을 겁니다.
비용 안내는 병원마다 편차가 커서 제가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보다 걱정이 많이 되신다면, 산부인과에서 지금까지의 복용 이력을 정확히 말씀드리고 상담을 받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습니다. 가셔서 상황을 설명하시면 의사가 추가 복용이 필요한지 여부도 같이 판단해드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