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나 자신감의 차이로 보이지만 옆에서 지켜보면 빠른 분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전체를 다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지금 당장 필요한 것만 먼저 잡고 나머지는 모르는 채로 둡니다. 반대로 느리신 분들은 다 이해한 다음에 움직이려 해서 출발 자체가 늦어집니다.
두 번째는 모른다고 말하는 속도입니다. 빠른 사람은 첫 사흘 안에 물어볼 걸 다 물어봅니다. 처음에는 모르는 게 당연하다는 유예 기간이 있어서 그때가 묻는 비용이 가장 쌉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이제 와서 이걸 물어봐도 되나 싶어 혼자 끙끙대게 되고, 그게 적응을 더 늦춥니다.
세 번째는 사람 지도를 먼저 그린다는 점입니다. 문서에 안 적힌 규칙이나 일이 실제로 돌아가는 경로는 사람에게 붙어 있거든요. 누가 결정하고 누구에게 물으면 빠른지를 알아내는 순간 속도가 확 붙습니다. 업무 내용보다 이쪽을 먼저 익히는 사람이 대체로 빠릅니다.
기질의 몫도 분명 있습니다. 낯선 자극에 예민한 분들은 새 환경에서 처리해야 할 정보가 훨씬 많아 뇌가 더 빨리 지칩니다. 능력이 아니라 감각의 차이인데, 이런 분들은 첫 주에 약속을 줄이고 혼자 쉬는 시간을 일부러 만들어두는 편이 결과적으로 더 빠르더라고요.
경험도 영향을 주는데 횟수보다 종류가 중요합니다. 한 곳에서 이십 년 있던 것보다 다른 환경을 서너 번 겪어본 사람이 훨씬 빨리 붙습니다. 옮겨본 사람은 처음이 원래 어색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 어색함을 자기 문제로 해석하지 않거든요. 이게 생각보다 큽니다.
덧붙이면 늦게 적응하는 것과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다릅니다. 천천히 익히는 분들이 나중에 더 깊이 이해하는 경우도 많고요. 저는 느린 편인데 대신 처음에 이상하다고 느낀 것들을 적어둡니다. 익숙해지고 나면 그게 왜 이상했는지조차 안 보이거든요. 그 메모가 나중에 제일 쓸모 있는 자산이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