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 자체는 실제로 있었던 전투입니다. 서기 208년 겨울, 장강 중류의 적벽 부근에서 조조군과 손권·유비 연합군이 맞붙었고 조조가 크게 패해 물러났습니다. 이 패배 때문에 조조는 강남까지 평정하지 못했고, 이후 위·촉·오 삼국으로 나뉘는 구도가 굳어졌으니 역사적 의미는 정말 큽니다. 다만 정사 삼국지에서는 조조전, 손권전, 주유전 등 여러 인물의 열전에 흩어져서 짧게 언급될 뿐이라, 말씀하신 대로 한 편의 대서사로 기록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규모는 연의와 많이 다릅니다. 조조군 백만 대군은 과장이고, 실제로는 십수만 정도였을 것으로 보며, 그중에도 새로 항복받은 형주 병력이 상당수였고 전염병까지 돌아 전력이 온전치 못했습니다. 연합군도 수만 명 수준이었습니다. 승패는 화공으로 갈렸는데, 주유 휘하의 황개가 거짓 항복을 가장해 불붙인 배를 보내 조조의 선단을 태웠다는 줄거리는 정사 기록에도 나옵니다. 그러니 불로 크게 이겼다는 뼈대는 사실이고, 대전 전체가 허구인 것은 아닙니다.
반면 연의의 극적인 장면들은 대부분 후대의 창작이나 각색입니다. 제갈량이 동남풍을 빌렸다는 이야기, 초선차 계책으로 화살 십만 개를 얻은 일, 조조가 화용도로 도망치다 관우에게 풀려난 일, 연환계 같은 장면이 그렇습니다. 또 정사에서는 주유가 전투의 중심 지휘관이었는데, 연의는 제갈량을 부각하느라 주유의 공을 많이 깎았습니다. 정리하면 사건의 뼈대는 실화이고, 살과 극적 연출은 소설의 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