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즉 월경은 자궁내막이 주기적으로 탈락되면서 나오는 출혈인데, 이게 일어나려면 그 전에 호르몬 사이클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서 배란이 이루어졌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월경이 있다는 건 결국 그 주기 동안 배란이 일어났다는 신호로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무월경, 특히 시상하부나 뇌하수체, 난소 쪽 문제로 호르몬 분비 자체가 원활하지 않아서 생기는 무월경이라면, 배란도 함께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질문자분이 케프라(레비티라세탐)와 라믹탈(라모트리진)을 복용 중이신데, 이 약들은 항경련제로 다낭성난소증후군 같은 호르몬 불균형과 연관되는 경우가 있어서, 그로 인한 생리불순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무월경이라고 해서 임신이 무조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배란이 불규칙하게라도 일어나고 있다면, 본인은 생리가 없다고 느껴도 어느 한 주기에 배란이 일어나서 임신이 될 가능성은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무월경을 피임 수단으로 여기는 건 위험한 접근입니다.
다만 생리 자체가 꼭 필요한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자궁내막이 계속 자극받지 않고 주기적으로 탈락되는 게 자궁 건강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에스트로겐 자극이 지속되는데 자궁내막이 탈락되지 않고 계속 쌓이기만 하면, 장기적으로 자궁내막이 비정상적으로 증식되는 상태로 이어질 위험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월경이 단순히 호르몬이 낮아서 생기는 것인지, 아니면 호르몬은 작용하는데 배출만 안 되는 상태인지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한약을 드시면서 생리가 다시 시작됐다는 건, 호르몬 환경에 어떤 변화가 생겼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게 일시적인 변화인지 지속적인 변화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항경련제를 복용 중인 상태에서 생리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면, 신경과 주치의나 산부인과에서 호르몬 검사를 한 번 받아보시는 게 좋습니다. 이를 통해 현재 배란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인지, 호르몬 수치가 어떤지 확인하면 무월경 시기에 임신 가능성이 어느 정도였는지에 대한 답도 더 명확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