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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도마뱀164
심심한도마뱀16423.01.30

일본에는 욕이 별로 없다는게 사실인가요?

일본에서는 욕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이게 진짜 사실인가요? 사실이라면 일본에는 욕이 적은 이유가 무엇 때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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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단정한너구리141입니다.

    일본어를 어느 정도 구사 할 수 있는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공통된 의문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일본어에는 이상하리만치 욕이나 비속어의 수가 적다. 내가 아직 일본어를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닐까 싶어 친한 일본인에게 물어봐도, 대부분 일본인이 알고 있는 욕도 일본어를 잘 하는 외국인이 알고 있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본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욕은 크게 4가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앞서 말한 ‘아호(阿呆)’와 ‘바카(馬鹿)’다. 둘 다 ‘바보’라는 의미인데 약간 용법은 다르지만 대부분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일본어 욕의 대명사인 ‘바카’는 우리에게도 유명한 중국 고사인 지록위마(指鹿爲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이게 가장 유력한 설이다) 이 아호, 바카를 기본형으로 하여 몇 가지 파생어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호타레(あほたれ, 병신새끼)’, ‘바카야로(馬鹿野朗, 바보자식)’ 등이다.

    그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것이 ‘칙쇼(畜生)’인데, 한자 그대로 ‘축생’이라는 말에서 나온 단어로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제기랄’, ‘젠장’ 정도의 의미를 갖고 있다. 용법은 우리의 ‘제기랄’과 거의 비슷하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것이 ‘쿠소(クソ)’다. 원래 의미는 ‘똥’이지만, 욕으로 사용하면 영어의 shit과 흡사하다. 우리나라 말의 ‘썅 !’에 가장 가까운 욕이다. 여기서 파생해서 ‘썅놈의 새끼 혹은 개새끼'라는 의미로 일본인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욕이다.

    그 외에 ‘이이카겐니시나사이(いい加減にしなさい)’라는 것도 있는데, 그냥 문장 그대로의 의미는 ‘적당히 좀 해라’로 욕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대게 이 말은 싸울 때 많이 나오게 되어서 싸움에서 쓰게 되면 ‘이이카겐니시로!(いい加減にしろう!)’로 줄어드는데 우리나라 말의 “그만 작작해, 혹은 입닥쳐'와 비슷한 뉘앙스로 사용된다.

    여기에 조금 더 추가를 한다면 사람을 부를 때 쓰는 욕으로 ‘테메에(テメエ, 야 이 새끼야)’, ‘키사마(貴様, 너 이 새끼가)’ 같은 것도 있다.

    물론 이것보다는 일본어의 욕이나 비속어가 더 많기는 하지만 많이 쓰이는 것은 이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이런 것도 욕이냐 싶을 정도로 너무 유치한 수준이다. 여기에 대해서 일본인에게 물어보면 거의 정해진 듯이 돌아오는 대답이 비슷한데,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일본인은 상냥하니까.”

    “일본인은 겁이 많아서.”

    “일본인은 자신감이 없어서.”

    이건 다시 말해서, “한 번도 거기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요.”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답이다. 그래서 좀 더 궁금증을 갖고 찾아보면 여기에는 크게 3가지 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첫 번째로 일본은 사무라이 문화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입을 잘못 놀리면 바로 칼에 맞아 죽게 되는 폭력 사회였고, 말도 다투기보다는 분쟁을 진검 승부로 분명하게 끝내는 문화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욕이 발전하지 못했다는 설이다. 이게 한국에는 가장 널리 알려진 설인데, 중세 사무라이 문화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는 지방 도시 등에는 여전히 많은 욕이 존속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조금 의문이 남는 설이다.

    두 번째로 이야기 되는 것은 미디어의 지나친 금지어 규제 때문이라는 설이다. 일본은 이른바 ‘방송금지 용어’, ‘차별용어’ 등 방송이나 신문, 잡지 등의 메이저 미디어에서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 단어나 표현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는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쓰이는 막노동자를 의미하는 ‘노가다’는 일본어의 ‘도카타(土方)’에서 유래한 말인데, 정작 일본에서는 이 단어는 차별용어로서 분류되어 미디어에서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 단어다.

    그래서 방송, 신문, 잡지는 물론 메이저 출판사가 발행하는 소설이나 만화책에 조차도 나오지 않는다. 국내에도 유명한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를 원어로 보면 작품 초반에는 다른 캐릭터들이 주인공 에드를 ‘치비(チビ)’라고 부르는데, 작품 중반부터 이런 호칭이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 ‘치비’는 원래 ‘꼬마’라는 뜻이지만, 속 좁은 사람을 의미하는 속어로서 우리 말의 “밴댕이 소갈머리야”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 ‘치비’는 ‘난쟁이’를 의미하는 속어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작품 연재 도중에 금지어 사용으로 제재를 받아서 작품 도중에 갑자기 맛깔스러운 호칭이 사라지게 된다.

    이런 미디어의 걸러내기가 패전 이후 수십 년에 걸쳐서 진행되면서 일본인들의 기억 속에서 욕설과 비속어가 모두 사라져버렸다는 설이다. 필자에게는 이 두 번째 설이 가장 그럴듯해 보이긴 하는데, 이 역시 명확한 근거는 없다.

    세 번째로 이야기 되는 것은 메이지 유신 이후의 의도적인 언어 정화다. 계급주의가 심했던 일본의 중세 사회에서는 신분에 따라서 사용하는 말이 크게 달라서 마치 다른 언어처럼 들릴 정도였다고 한다. 게다가 도쿠가와 막부 시절에는 하나의 번(藩)에 소속된 사람은 그 번을 떠나 다른 번으로 가기 위해서는 다이묘가 써준 추천장이 있어야만 중앙 정부의 허가를 받아 번을 이동할 수 있었을 만큼 엄격하게 거주가 제한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지역에 따른 사투리도 굉장히 심했다고 한다. 이것을 메이지 유신 이후 교육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표준어를 만들어 통일 시키는 과정에서 각 지역별로 존재하던 수많은 욕설과 비속어가 의도적으로 사라지게 되었다는 설이다.

    어느 쪽이 되었건, 일본 사회가 겉보기와는 달리 매우 통제된 사회이기 때문에 그 영향으로 인해서 욕설이 발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이건 다시 말해서 통제가 되지 않는다면 일본인도 얼마든지 욕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모습을 인터넷 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일본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인 2채널을 보면 일본어에 욕이 별로 없다는 말이 딴 세상 이야기처럼 들린다.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욕은 복잡한 어원에 못지 않게 그 수위도 매우 높다. 일본인이 인터넷에서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욕을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이렇다.

    ▶ 코우소츠시네바(高卒死ねば?) : 직역하면 “최종학력이 고졸인데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어때?”인데, 욕으로서 “골빈 새끼”라는 뉘앙스다.

    ▶ 닌뿌(妊婦 혹은 妊腐) : 원래 의미는 “임산부”이지만, 욕으로 쓰이면 “강간 당해서 임신한 년”, 혹은 “강간 당해서 임신한 년한테서 태어난 썩은 새끼”라는 의미다.

    ▶ 츄우보(厨房) : 원래는 ‘중학생에 까까머리(中学生の坊主頭)’라는 의미인데, 이것이 변형되어 우리말로 하자면 ‘초딩’과 매우 흡사한 의미를 갖는 말이다.

    ▶ DQN(ドキュン) : 90년대에 날라리 출신의 무식한 일반인들이 나와서 비상식적이고 무식한 티 나는 행동을 하는 걸 보며 웃고 즐기던 프로그램 <목격! 도큥>이라는 방송 타이틀에서 유래한 용어다. 우리말로 하자면 “찌질”이 가장 적당한 의역이다. 단독으로 DQN만 쓰이면 “찌질한 새끼”라는 의미고, “DQN학교” 같은 식으로 쓰이면 “찌질한 학교”라는 의미로 ‘찌질한’이라는 형용사가 된다.

    이런 식으로 일본어의 신형 욕들을 소개하자면 끝이 없으니 욕 강좌는 이쯤에서 끝내자. 여기서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일상 생활에서 얼굴을 맞대고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은 욕들이 창의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욕하고 싶은 욕구는 일본인이라고 다르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일본어에 욕이나 비속어가 별로 없다는 이야기는 옛말이다라는 것이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라도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