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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미국 예외주의'와 흔들리는 달러 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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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용 GPU 시장의 절대강자인 엔비디아의 급부상과 함께 알파벳, 메타 플랫폼즈, 마이크로소프트를 위시한 미국 빅테크와 OpenAI 등의 스타트업들이 주도하는 미국의 AI 헤게모니는 작년 "American Exceptionalism" 개념을 부활시키며 세계적인 경기침체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타 국가들과 다른 초월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에 힘을 실어주었고, 이로인해 전세계적인 투자가 집중되며 달러가치는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그러나 새롭게 취임한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불공정 무역을 빌미로 국방, 관세, 대미 직접투자에 관련하여 주요 아시아 및 유럽 무역 파트너국들에게 강한 압박을 가하고 감세와 동시에 재정지출을 늘리는 공약을 추진하며 불확실성을 야기했고, 미국 달러의 상대강도를 표현하는 달러 지수는 올초대비 10% 가량 하락했다. S&P 500 지수가 올해 13.97% 상승했음을 감안하면 해외투자자들에게 올해 미국시장은 본전 정도라는 말이다.

2025년 10월까지의 미국 달러지수.

자료: MarketWatch

첨부한 이미지에서 최근 그 하락폭이 안정화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그동안 미국 국채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던 해외투자자들의 신뢰가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경향 또한 발견되고 있다.

아래는 독일 국채(bund)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스왑(금융상품)을 첨가해 미국 국채의 가격과 수익률을 추종하도록 만든 '합성 미국 국채'와 실제로 미국 국채에 투자했을때 생기는 이자율 차이를 계산한 편의수익이다. 편의수익은 투자자가 현물자산(미국 국채)에 직접적으로 투자할 때 포기해야 하는 수익을 의미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미국 국채 수익률을 추종하는게 목적이면 그냥 미국 국채를 직접 사는게 독일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스왑을 첨가한 '합성 미국 국채'를 사는것보다 편리하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합성 미국 국채'는 투자자들에게 실제 미국 국채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미국 국채 convenience 이율.

자료: Jiang et al. (2025)

2022년을 기점으로 편의수익 스프레드는 중장기 국채에서 되려 마이너스에 진입했고, 그 폭이 점점 커지는것을 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투자자들 입장에서 미국 국채를 사는것이 더 단순하고 직접적이기 때문에, 독일 국채와 스왑으로 시뮬레이션 한 '합성 미국 국채'는 더 높은 수익율(즉, 실제 미국 국채대비 할인된 가격)을 지급하는게 정상적이라 볼 수 있는데, 단기 국채를 제외하면 되려 중장기 '합성 미국 국채'의 수익률이 '진짜' 미국 국채보다 더 낮다는 것은 해외 투자자들이 중장기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리스크를 크게 본다는 증거다.

그래서 뭐가 문제인데?

미국의 가장 큰 강점은 명실상부 전세계 인재들의 블랙홀이라는것에 있다. 실리콘 밸리나 맨해튼 등 주요 미국 도시의 높은 물가를 고려해도 미국 첨단 기술기업에 종사하는 최상위 인재들의 업사이드 잠재력은 전세계 어느 국가들과 비교해도 높다. 신입 기준 기본급 13만불 정도를 받는 빅테크 기업을 다니면 서울에서 연봉 5~6천만원을 받는것과 생활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경력과 연차가 쌓이면서 오르는 총 보상액과 이후 경력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창업해서 유치할 수 있는 투자금은 한국과 비교하면 10배에서 100배 이상까지 차이날 수 있다. 필자는 이런 최상위 인재들에게(모든 빅테크 직원들이 최상위 인재라는 뜻은 아님) 미국에 그나마 비교할만한 업사이드 잠재력을 제공하는 국가는 의외로 '중국'이라 생각한다. 금전적 보상외에 생활 환경, 정치적 자유와 국적에 따른 차별까지 다면적으로 고려하면 최상위 인재들에게 미국은 압도적으로 선호되는 국가이며,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정말 잘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실리콘 밸리 빅테크 캠퍼스에 찾아가면 가장 많이 보이는 인종이 아시아인, 인도인이다. 우스갯소리로 하는게 아니라, 인도 최상위 공대생들의 꿈은 천편일률적으로 "인도 탈출(미국 취업/이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전문 기술과 지식을 가진 인재들에게 부여되는 취업비자인 H-1B 비자 발급 비용을 10만불로 100배 이상 올리겠다는 폭탄 발언을 하며 미국의 기술/산업 혁신의 최전방을 책임지고 있는 외국인 인재들의 신규 유입을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 일례로 전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의 창업자 젠슨 황 조차 이민자 출신이다. 물론 H-1B 비자 제도의 허점을 일부 인도 IT 컨설팅 기업들이 악용하는 사례가 있는것은 분명히 사실이지만, 제도에 허점이 있다고 해서 제도 자체를 아예 없애버리는 식의 대처는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킨다. 트럼프는 "외국인 고용하는 비용을 높게 만들어서 미국인들을 더 많이 고용하도록 만들겠다"는 이유를 댔지만, 이는 현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의 궤변에 불과하다. 최상위 외국인 인재들을 쫓아낸다고 해서 그 자리를 미국인들이 결코 대체할 수 없다. 세계 최고의 공대로 꼽히는 MIT 대학원 등록 학생중 40%가 외국인 신분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10-K 연간보고서에서 주요 리스크로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요인이 "최상위권 인재 수급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다.

달러 패권 약화의 진정한 의미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우선주의(MAGA) 철학은 그를 두번이나 대통령 자리에 끌어올린 주요 원동력임을 감안해야 하지만, 지금까지의 그의 협상 방식은 이해가 어려우며 일관적이지 않아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은 대미수출을 줄이고 대체 수출처를 찾는 방식으로 미국의 급진적인 무역장벽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 메이지 야수다 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지속되는 일본과 중국의 산업생산활동량의 감소 추세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점점 더 많은 (일본) 기업들이 미국 수출에 너무 기대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동차와 제약 제품에 대한 미국-일본의 포괄적인 관세 협상 체결은 다행인 부분이지만, 트럼프는 동시에 추가적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습니다."
- 타카푸미 푸지타, 이코노미스트

미국은 현재 세계최대 수입국으로 지난 수십년간 중국으로 제조시설을 이전하거나 외주화하며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폭 줄어들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전에는 주로 일본이 담당했던 역할이며, 한국을 잠시 징검다리 삼아 중국으로 제조업의 중심이 이동한 것이다. 일본은 현재 전자용 소재, 정밀화학, 정밀기계 등 초고부가가치 제조업 위주로 산업이 재편되었으며, 한국은 주로 일본산 소재와 정밀기계를 활용한 반도체 및 OLED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부품 산업으로의 전환이 진행중이다. 현 시점에서 한국과 일본 모두 일반적인 제조업에서는 결과적으로 중국과 단가와 품질 측면에서 경쟁이 불가능하다. 애플의 팀 쿡 CEO 또한 작년 인터뷰에서 애플이 중국 생산자에 의존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중국의 인건비가 제일 저렴했던 시절은 이미 지난지 수년입니다. 미국내 모든 공작기계 엔지니어들을 다 모아놓아도 이 방을 다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중국이었다면 운동장 몇 개를 공작기계 엔지니어들로 꽉 채울 수 있을겁니다. 중국의 숙련 제조기술 수준은 매우 깊습니다."

1980년대 부터 시작된 중국과의 교역으로 인해 미국의 제조 인프라가 약화되었다는 인식은 여기에서 비롯되는것 같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로 미국 경제를 발전시키고 시가총액이 1천조가 넘는 기업들을 만들어낸 주된 원동력은 제조업을 중국으로 이동시키면서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었던 첨단기술 및 소프트웨어 산업이다. 그동안 중국 경제가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덕분에 미국 또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고 중국이 성장함에 따라 달러 수요를 증가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때 보다 훨씬 더 공격적이며 일관적이지 못한 태도로 무역 장벽을 세우고 있으며(1기때는 대체로 중국 때리기에 집중했음), 고로 미국에 의존했던 주요 동맹 교역국들의 장기적인 전략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의 교역량이 줄어들면 해당 국가들은 그만큼 달러를 비축할 이유가 없어진다. 지금 추세가 계속되면 달러의 영향력은 점차적으로 줄어들것이다. 달러의 영향력이 줄어들면 미국 기업들의 '조달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미국 예외주의'의 되돌림?

필자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혼자서만 비껴가며 AI 혁신을 주도하며 재탄생한 '미국 예외주의'의 원동력은 최상위 인재들의 유입과 강력한 달러 패권을 기반으로 한 낮은 자본조달비용 덕분이라 생각한다. 최상위권 인재들이 미국에 계속 유입된 덕분에 투자(인풋)대비 결과물(아웃풋)이 최고 수준인데, 자본조달비용까지 낮으니 투자규모 또한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미국 예외주의를 가능케 했던 두가지 주요 동력을 (아직 초기지만) 정책적으로 없애고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지금 일어나는 변화들의 영향을 알 수 있겠지만, 앞서 언급했던 올해내내 하락중인 달러지수와 중장기 미국 국채의 편의수익 역전현상은 벌써부터 긴장중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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