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과 출산율의 상관관계, 그리고 나의 생각
2023년 7월 10일 발행한 이전 플랫폼의 노트를 옮기면서 나의 사족을 덧붙인다.
여느날과 다름없이 페이스북을 스크롤하다 '평등하지 않은 세상은 자연스럽게 무너집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공유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좋아요가 700여개에 공유가 100회가 넘는 글 이었는데, 제목을 보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보아왔던 뻔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글의 요체는 우리나라의 출산율 & 인구 감소 문제는 남녀간의 불평등 (유리천장 문제, 소득격차 등), 서울과 지방의 불평등으로 인해 일어난다는 것이다. 또 이런 현상을 우익 남성 유튜버들은 여성들의 '상향혼' 본능으로 설명하려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일침을 가한다.
우선, 나의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게 (나는 'Liberal'이라 생각한다) 여성들의 상향혼 본능은 당연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서 중요하게 다룰 내용은 아니다.

위 표는 1인당 국민소득과 출산율을 비교했는데,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가 대체로 출산율이 낮고 1인당 국민소득이 낮은 나라가 대체로 출산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타르 (Qatar)같은 극단적인 예시를 제외하면 국민소득이 낮을수록 성평등지수 또한 낮은 경향이 있으므로 통계적 경향성만 제시하자면 양성평등 = 낮은 출산율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 근거만 가지고 양성평등 그 자체가 출산율을 낮추는 유일한 원인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강력한 변수 중 하나가 소득이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는 여성의 평균 소득이 오르고 사회활동 참여가 늘어나면서 (양성평등) 출산율이 떨어지는게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하지만, 논리는 세상을 설명하는 일개 도구에 불구하니 통계를 들고 올 수 밖에.
최근 들어서는 경제발전과 이로인한 성평등화는 초기에는 출산율을 떨어트리지만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두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과 중국이다), 이미 소득이 높아진 사회에서 성평등이 추가적으로 이루어지면 출산율을 높인다는, 이른바 'U자형 그래프' 가설 또한 존재한다.

WPEI (Women's Political Empowerment Index: 여성의 정치참여 지수, 이하 '성평등지수')를 시대별로 분류한 결과 성평등지수와 무관하게 과거의 출산율이 높았고 현대의 출산율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 발견된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를 제외하면 성평등지수와 출산율은 음의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00년대 이후의 결과만 보면 성평등지수가 높은 국가들이 미약하게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U자형 그래프' 가설이 한 때 학계 일부에서 지지를 받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UN 연구기관에서도 언급했을 정도이니 해당 가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설레게 했는지는 안봐도 비디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자형 그래프' 가설은 인정받지 못했는데, 아래의 표를 보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두번째 표는 국가별 성평등지수와 출산율을 비교했기 때문에 한 국가내에서 양성평등이 진행되면서 출산율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주지 못한다. 위의 표가 그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포함된 국가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평등지수가 높아졌고, 높아진 성평등지수와 함께 출산율이 떨어지는, 역 J-커브를 그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한 국가내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높아진 성평등지수는 출산율 감소와 높은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다.
위 표에서 앞서 언급된 'U자형 그래프' (성평등지수가 높아지면서 출산율도 같이 상승한)를 일부나마 보여주는 국가들은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 뿐이다. 그런데 이들 네 국가들은 원래부터 출산율이 다른 선진국 대비 높은편으로, 전체를 대변하는 샘플이라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U자형 그래프' 가설이 힘을 잃고 있는것이기도 하다.

선진국 중에서도 출산율이 높은편인 미국의 예시를 한번 살펴보자. 미국의 합계 출산율은 가임 가능한 여성 1,000명당 57.8명 이었다.
위 그래프는 인종별 출산율을 비교한 것인데, 백인의 출산율이 55.3명으로 가장 낮고 히스패닉의 출산율이 64.8로 가장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히스패닉 여성의 출산율이 가장 높다는 것은 이민자들의 출산율 기여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이민자 중 1/4은 멕시코 (히스패닉)임을 보여주는 그래프이다. 미국 이외에도 이민에 우호적인 프랑스와 같은 국가들도 이민자들이 (이슬람) 출산율에 기여하는 정도가 높다.
정리하자면:
경제 발전은 여성의 사회 참여도를 촉진시키고, 이는 여성인권 개선으로 이어진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권리가 높아진 환경에서 출산을 덜하는 선택을 한다.
여성인권이 높으면서 출산율이 높은 선진국의 경우 여성인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국가에서 이민 온 이민자들의 영향을 감안해야 한다.
위 글을 작성한 이유는 저출산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고있는 사람들이 상당하고, 따라서 국가적으로 무의미한 곳에 자원을 배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 신문에 의하면 2006년부터 2021년까지 국가가 저출산 대책에 사용한 예산은 총 280조원이며, 해마다 예산이 증가하는 동안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를 단순히 양성평등 문제나 서울 집중화 현상에 기인한다고 주장하는것은 복잡한 미분 방정식을 문제를 단순 산수로 풀이 가능하다는것과 비슷하다고 본다.
한국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1차적으로 결혼하는 남녀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보수적인 문화 특성상 혼외 출산 비중이 매우 낮기에 결혼을 하지 않으면 곧대로 비출산으로 연결된다.

조혼인율
인구 1천명당 혼인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은 2014년 6건에서 2023년 3.8건으로 10년새 1/3 이상 감소했다.
한국에서 통상적인 방법으로 출산을 하려면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해야하는데, 결혼을 하더라도 평균 연령대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으니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의 출산율도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여성의 가임력이 가장 높은 나이대가 만 나이 기준으로 20대 중반이고 30대 중반부터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2023년 기준 평균 초혼 연령대는 남자가 만 34세, 여자가 만 31.5세로 10년전 대비 모두 1.8-9세 정도 증가했다. 남녀 모두 나이가 들면 정자와 난자의 질이 하락하기 때문에 가임력이 떨어지고, 여자는 노산의 영향이 더욱 심하다. 만 35세 이후에 출산하는것을 노산이라 규정하는데, 평균적인 대한민국 여성이 결혼하고 나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최적의 기간이 3.5년 밖에 되지 않는것이다. 한명을 낳아 키우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따라서 출산율을 올리려면 1차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는 남녀가 일단 결혼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혼인율은 왜 계속해서 낮아지는걸까? 높아진 청년들의 결혼에 대한 눈높이, 남녀갈등, 높은 청년 실업률, 늦어지는 사회 진출 등 여러가지 이유들이 떠오른다.
나는 한국의 낮은 출산율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존중 부족'에서 찾는다. 위에 언급한 이유들은 대부분 남과 비교하는 문화와 사람을 조건에 따라 서열화하는 문화에서 기인하는 문제라 생각된다. 외모나 대외적(직업, 소득 등) 조건에 따라 사람을 마치 소고기처럼 등급화 해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을 주선하는 결혼정보업체의 매출은 매년 성장하고 있고, 그 서비스를 통해 결혼한 사람들의 결혼 만족도가 그렇지 않은이들에 비해 높다고 한다(그들이 지원한 연구의 결과이므로 어느정도는 걸러 듣자). 남자는 직업과 경제력, 여자는 외모를 바탕으로 매칭 시켜주는 소개팅 어플도 인기다. 경제학은 자주, 그리고 많은것들을 틀리지만 경제학의 틀에서 이런 업계의 성장이 분명하게 알려주는것은 사람들은 "내가 손해보지 않는 결혼, 연애"에 많은 효용을 느낀다는 것이다.
아파트에서 시작하지 않는 신혼생활, 나의 모든 기준을 충족하지는 못하는 결혼 상대,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대학의 졸업장(혹은 졸업장 그 자체), 이름 없는 중소기업에서 시작하는 사회 생활에 대한 두려움에 우리나라 청년들은 계속 '준비'만 하며 시간을 보낸다. 나는 한국의 수많은 아이들이 학령기에는 좋은 대학의 좋은 학과에 진학하기 위한 준비, 대학때는 이름 있는 대기업 취업을 위한 준비, 이후에는 신분이 보장된 전문직 준비 등에 매진하는것을 목격했다. 어떤 아이의 꿈이 의사와 같이 삶이 어느정도 보장된 전문직일수는 있어도, 모두의 꿈이 의사인 사회는 무언가 이상하다.
내 인생을 나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미움받을 용기'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배경이 어떻든 '존중하는 마음' 또한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이 아닌가 싶다. 나 혼자만 용기내는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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