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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빗 크레딧과 유동성: 투명하고 공개된 시장은 합리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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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wed Valuations Threaten $1.7 Trillion Private Credit Boom

2024년 2월 블룸버그 기사에서:


지난해 말 UBS 그룹 회장 콜름 켈러허(Colm Kelleher)는 프라이빗 크레딧 시장에 “위험한 거품이 끼고 있다”고 경고하며 시장을 흔들었다. 그런데 더 시급한 문제는 이 시장의 실질적 가치를 도대체 누가 제대로 알고 있느냐는 점이다.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가 급부상한 배경은 간단하다. 보험사와 연기금 같은 장기 투자자에게 이렇게 홍보한 것이다: “우리 대출에 투자하면 전통 회사채나 대출보다 가격 변동성을 피할 수 있다. 이 대출은 거의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어떤 건 아예 거래 안 됨),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덕분에 스트레스 없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 매혹적인 제안 덕분에 프라이빗 크레딧은 월가의 변방에서 1.7조 달러 규모 시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기반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지난 2년간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기업들의 재무 상태를 압박했고, 많은 기업이 이자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라이빗 크레딧의 핵심 장점 중 하나였던 ‘대출의 가치를 시장이 아니라 펀드가 직접 정한다’는 점이, 오히려 가장 큰 결함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블룸버그와 채권 데이터 전문업체 솔브(Solve), 그리고 수십 명의 시장 참여자들의 인터뷰에 따르면, 어떤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들은 같은 대출 자산에 대해 여전히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반면, 다른 펀드들은 이미 큰 폭으로 평가절하한 사례가 확인됐다.

예를 들어 한 사이버 보안 기업의 대출 목적으로 만들어진 특수목적법인 Magenta Buyer의 경우, 2023년 9월 말 기준 가장 높은 평가는 대출액 1달러당 79센트였고, 가장 낮은 평가는 46센트였다. 항공우주 공급업체 HDT의 대출도 같은 날 85센트에서 49센트 사이로 평가됐다.

이처럼 자산의 ‘진짜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은 프라이빗 마켓의 고질적인 문제이며, 이 때문에 규제당국도 우려하고 있다. 금리가 제로에 가까웠을 때는 별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불확실성이 부실 대출을 감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AQR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전무 이사 피터 헥트(Peter Hecht)는 이렇게 말한다.
“프라이빗 마켓에서는 자산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정보가 느리게 가격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변동성이 인위적으로 줄어들고, 위험이 낮다는 착시가 생깁니다.”

기사에 언급된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 및 기업들은 대부분 논평을 거부했거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프라이빗 크레딧이 초기에 각광받은 이유는 고위험 기업 대출을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월가 대형은행이 아닌 특화된 프라이빗 렌더에게 이전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열기가 다소 식었고, 경기 상황도 불안정해 규제기관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이들 펀드는 기준금리에 연동된 이자를 부과하면서 수익은 늘어났지만, 동시에 대출기업의 부담도 커졌다.

영국중앙은행 금융안정국장 리 폴거(Lee Foulger)는 최근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기관의 위험도 함께 높아졌습니다. 만약 자산 평가가 지연되거나 불투명하다면, 갑작스럽고 동시다발적인 가치 재조정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미국 외 지역에서는 데이터 투명성이 낮아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 특히 분기별 보고서를 내지 않는 펀드나, 단일 펀드가 대출 전부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평가의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

연기금 및 자산운용사를 포함하는 단체 Healthy Markets Association의 대표 타일러 겔래쉬(Tyler Gellasch)는 말한다.

“이건 규제 실패입니다. 프라이빗 펀드가 뮤추얼 펀드처럼 공정 가치 평가 규정을 따라야 했다면, 투자자들의 신뢰도는 훨씬 높았을 겁니다.”

이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프라이빗 펀드에 외부 감사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신속하게 도입했다. 이는 자산가치 평가를 위한 “중요한 확인 장치”로 여겨진다.

하지만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이처럼 불확실한 가치 평가 구조가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고 본다. 여러 펀드매니저들은 익명을 조건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오히려 가치 평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는 프라이빗 펀드와 연기금, 보험사, 국부펀드 간의 ‘침묵의 카르텔’ 우려로 이어진다.

한 유럽계 대형 보험사의 임원은 “대출이 만기되는 시점에 가면 더 이상 평가를 속일 수 없어 손실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연기금 중 한 곳에서 근무했던 또 다른 펀드매니저는 “사모대출 평가액이 팀의 보너스에 연동되어 있었고, 외부 평가자에겐 정보 접근이 제한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위험 신호 중 하나는 ‘PIK(payment-in-kind)’ 대출의 증가다. 이는 기업이 이자 지급을 미루고 만기 시점에 원금과 함께 지급하는 방식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이 방식은 기업의 유동성 불안을 감추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파리의 Keren Finance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브누아 솔레(Benoit Soler)는 “사람들은 PIK 대출이 얼마나 위험한지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이자를 미루는 데 따른 비용은 향후 기업에 막대한 리스크를 안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PIK 대출의 평가가치는 놀라울 정도로 높다. Solve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 전체 PIK 대출 중 약 75%가 1달러당 95센트 이상으로 평가되었다. 핀테크 기업 Solve의 공동창업자 유진 그린버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 대출이 여전히 높은 가치로 평가된다는 점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이상 현상은 일부 사모 펀드가 보유한 공개 거래 대출의 평가가 실제 시장 가격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다. 예컨대, 칼라일그룹은 TruGreen이라는 미국 잔디 관리 업체에 세컨드 라인(2차담보) 대출을 제공했는데, 이를 1달러 당 95센트로 평가했다. 같은 시점에 한 뮤추얼 펀드는 동일 대출을 70센트로 평가했다.

BoE의 폴거 국장은 “프라이빗 크레딧 포트폴리오의 자산 평가는 여전히 공공시장보다 후하다”고 지적했다.

Thrasio라는 아마존 상품 유통 기업의 사례는 평가 격차를 극명히 보여준다. 이 기업의 대출에 대해, 뱅가드와 오크트리캐피털은 각각 65센트, 79센트로 평가했다. 블랙록 산하 두 펀드는 서로 다르게 각각 71센트, 75센트로 평가했고, Monroe Capital은 84센트로 가장 낙관적이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59센트로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골드만이 더 정확했다. Thrasio는 최근 챕터11 파산 신청을 했으며, 해당 대출은 시장에서 50센트 이하로 거래되고 있다. 오크트리는 이후 평가를 60센트로 낮춰야 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애널리스트 이선 케이(Ethan Kaye)는 “기업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파산에 가까워질수록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평가 격차도 함께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Pitchbook 데이터에 따르면, 동일 대출을 여러 펀드가 보유한 경우 약 10%는 평가 가격 차이가 최소 3% 이상 벌어졌다. 펀드가 3~4곳일 경우 그 차이는 더 커진다.

또 다른 사례로는 Progrexion이라는 신용서비스 제공업체가 있다. 이 회사는 미국 CFPB와의 소송에서 패소한 후 파산을 신청했는데,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는 1순위 채권자가 89%를 회수할 수 있다고 적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 대출을 보유한 Prospect Capital은 당시 해당 자산을 100% 회수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Solve가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Prospect Capital은 다른 평가 기관과의 차이가 가장 큰 펀드 중 하나였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작은 펀드일수록 평가가 더 공격적인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대체투자사 Golding Capital Partners의 플로리안 호퍼 이사는 말한다. “자산 평가에 대한 운용사 간 접근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고, 투명성과 비교 가능성이 부족합니다.”

프라이빗 크레딧 옹호자들은 이런 비판이 과장되었다고 본다. 이들은 프라이빗 대출은 소수 대출 기관이 참여해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공공시장처럼 평가를 급하게 내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프라이빗 크레딧이 가지는 ‘유연성’이 오히려 장점이라는 것이다.

HarbourVest Partners의 매니징 디렉터 캐런 시모니(Karen Simeone)는 이렇게 말한다. “레버리지론 시장은 신용등급 강등이나 섹터 회피와 같은 기술적 요인으로 가격이 요동치지만, 프라이빗 크레딧은 그런 일이 없다. 변동성이 낮은 게 당연하다.”

게다가 프라이빗 대출 기관은 은행보다 차입 비중이 낮고, 투자자의 자금도 장기 고정형이 많아 시장 충격에 덜 취약하다. 고객 예금도 활용하지 않으며, 보통 담보권도 더 강력하게 설정한다.

Houlihan Lokey, Lincoln International 같은 외부 평가사들이 대출 평가를 맡기 시작하면서 투명성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이들은 펀드로부터 가치평가에 대한 비용을 받기 때문에 완전히 독립적이진 않다. Houlihan의 팀장 티모시 강(Timothy Kang)은 “모든 대출에 대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정보 격차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프라이빗 대출 기관이 ‘비즈니스 개발 회사(BDC)’로 상장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분기마다 자산가치를 공시해야 한다. BDC는 상대적으로 투명하지만, 가치 평가가 펀드매니저의 보수와 직결되어 있어 자산을 높게 평가할 유인이 있다.

웰스파고의 BDC 애널리스트 피니언 오셰아(Finian O’Shea)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평가를 결정하는 사람들—BDC 이사회나 외부 평가기관—도 결국 높은 평가를 유지하려는 유인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도 손해 보기 싫어하죠.”

AQR의 헥트는 UBS 회장의 지적처럼, 가장 큰 문제는 일부 ‘특이한 사례’가 아니라 프라이빗 크레딧의 본질 자체라고 본다.

“제가 더 우려하는 건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거의 모든 자산을 100으로 평가하는 경우입니다. 투자자들은 자산가치를 보고 위험이 전혀 없다고 착각할 수 있어요.”


필자가 2조 달러를 바라보는 프라이빗 크레딧 시장, 미국 경제의 숨은 폭탄일까?에서 언급했듯이, 사모 대출 시장의 특징은 폐쇄적인 구조이고 이런 구조에서 나오는 기능은 변동성에 대한 내성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주요 은행들이 사모 대출 펀드에 레버리지를 일부 제공하면서 경제의 시스템적 리스크로 확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자기자본대비 비율로 따지면 은행에서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에 제공한 레버리지는 낮은 수준이고, 대부분 선순위 채권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 확률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어제자 블룸버그 기사 JP Morgan Traders Are Getting Shut Out of Private Credit Market에서는 이런 폐쇄적인 사모 대출 시장을 JP Morgan의 프라이빗 크레딧 부문장이 개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기존의 프라이빗 크레딧 전문 금융 회사들이 JP Morgan에 최신 대출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기존 대출 계약들을 판매하는것을 꺼려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들이 이들에 출자하는 연기금이나 보험사 같은 투자자들에게 내세우는 장점이 바로 변동성에 대한 내성인데, 실시간으로 펀드나 대출 상품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거래될 경우 거래가격에 의한 변동성이 커질것이기 때문이다.

프라이빗 크레딧에 대해 비판하거나 부정적인 입장인 투자자들은 이러한 불투명성과 폐쇄성이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의 위험을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궁극적으로 손실을 보거나 시스템적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내가 위에 번역한 블룸버그 기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실제로 똑같은 기업대출 상품을 가지고 있는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들조차 각자의 기준대로 다르게 가치를 평가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 유동성이 충분한 시장이 그렇지 않은 시장보다 더 우월한 가치 평가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부동산 주식으로 78% 수익내는법에서 나는 공모 리츠인 SL Green Realty에서 공모 시장과 사모 시장의 불균형에서 오는 차익거래 기회를 발견해서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적었는데, 당시 SL Green Realty의 주가는 뉴욕시 맨해튼의 핵심 지역에 최상위 프라임 오피스급으로만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공실 리스크가 거의 없었음) 훨씬 더 열등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다른 공모 리츠들과 비슷한 밸류에이션을 적용받고 있었다. 실제로, 뉴욕의 B급 오피스를 보유한 한국의 해외 부동산 에쿼티 펀드는 해당 자산 매각 시점에 구입가대비 30~40% 낮은 가치를 평가 받았기 때문에 대출을 상환하고 남는 금액이 없었고, 해당 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은 대부분 원금 전액을 잃었다. 반면, SL Green Realty는 보유중이었던 245 Park Avenue 오피스를 구입가와 동일한 가치(20억 달러)를 인정받으며 일본의 모리 신탁에 지분 49.99%를 판매했고, 이 거래가 발표된 직후 주가는 빠르게 기존 밸류에이션으로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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