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구조조정: AI에 일자리 빼앗기는 개발자들과 SaaS의 미래

미국의 업무용 소프트웨어 및 클라우드 컴퓨팅 제공사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최근 모든 부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회사의 매출 성장세가 여전히 강력하고 이익률 또한 양호하지만, 다가오는 AI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정렬된 인재 정책을 가져가기 위해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체 직원수의 약 3%에 못 미치는 6,000여명을 해고할 계획인데, 상당수는 워싱턴주 시애틀시에 위치한 본사 직원들이 대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기업들은 전략적 필요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때문에 실적이 좋은 상황에서 구조조정이 이루어진다는 사실 자체는 놀라운 부분이 아니다. 오히려 실적이 좋을때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핵심 인재들의 보상을 강화하고 성장 전략과 정렬된 조직으로 탈바꿈할 확률을 높인다. 실적이 꺾이는 상황에서는 핵심 인재에 대한 보상을 강화할 여력도 없을뿐더러, 이를 이유로 구조조정을 발표하면 이직이 상대적으로 쉬운 핵심 인재들부터 떠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직원이 중대한 잘못을 하지 않는이상 해고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회사의 사업이 매우 어려워진 상황에 이르러서야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이는 핵심 인재들의 이탈을 야기해서 사업의 턴어라운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필자는 기업이 해고를 자유롭게 하되 고용보험 보장금액을 늘려야 노동시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기업들의 경쟁력이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착된 정규직 계급화로 인해 형성된 경직적인 노동시장은 정부의 역할을 기업에게 떠넘기면서 생긴 패착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다가오는 AI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GPU 등의 인프라 투자를 막대한 수준으로 유지중이며, 가파르게 오르는 비용을 관리하기 위해 모든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우선 순위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직군별 해고 대상자수 | 블룸버그

미국에서 기업이 대규모 해고(500명 이상)를 단행할 때 주정부에 신고하는 WARN (Worker Adjustment and Retraining Notification)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분석한것으로 추정되는 블룸버그 자료에 의하면 대부분의 해고 대상자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제품 관리 부문에 속한 직원들이라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소프트웨어 회사인데 엔지니어를 제일 많이 해고하는것은 아이러니하게 들릴수도 있지만, 그만큼 AI를 통한 생산성 개선 효과가 눈에 관찰되었다는 증거를 확보한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야 나델라 CEO는 회사 프로젝트에서 작성되는 코드의 30% 정도가 AI를 통해 생성된다고 밝혔는데, AI 코드 생성 도구의 성능이 개선되고 도입이 확대됨에 따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1인당 생산성이 대폭 개선된 결과로 보인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엔지니어의 숫자가 늘어날 때 1인당 생산성은 특정 기점을 지나면서 되려 감소하는 현상이 있다는걸 생각해보면 회사는 생산성이 높은 일부 엔지니어들에게 일감을 몰아주고(AI의 도움으로) 나머지는 해고하는 방식으로 제품 개발 속도와 완성도를 개선한다는 전략을 수립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뒷받침하는 최근 사례로 Salesforce CEO 마크 베니오프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채용을 줄이고 영업직 채용을 늘리면서 AI를 통한 생산성 개선을 언급한 점, Workday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도 개발 조직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점을 언급할 수 있다.

필자는 생성형 AI의 기하급수적인 발전에 따라 소프트웨어 개발의 한계 비용이 0원에 수렴하면서, 지난 10여년을 장식했던 버티컬 Saa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상한다. 버티컬 SaaS 업계가 그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소프트웨어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것에 소요되는 비용(완성도, 시간, 인건비, 기회비용 등)대비 비슷한 니즈를 타겟해 개발된 제품을 사서 쓰는 비용이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이제 0원에 수렴해버린 소프트웨어 개발의 한계 비용을 확인한 일부 기업들이 SaaS에 지출하는 비용을 줄이고 자체 개발로 전략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BNPL 핀테크 기업인 Klarna CEO는 최근 "AI를 공격적으로 도입한 덕분에 고객 서비스 인력을 포함해서 전체 인력의 약 40%를 줄일 수 있었다"며 "회사가 사용하는 수많은 SaaS에 흝어져 있던 데이터를 내부 기술 스택으로 전환하면서 한 곳으로 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모든 기업들이 Klarna처럼 자체개발로 전환할 것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Salesforce 같은 소수의 대규모 SaaS 업체들이 더 많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