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군대가 유독 약했다기보다, 나라가 지향한 방향이 달랐다고 보는 쪽이 이해가 쉽습니다.
고구려는 상시 전쟁 상태에 가까운 나라라 지배층 자체가 전사 집단이었어요. 반면 조선은 건국 초부터 문치주의를 택해서 무관보다 문관이 압도적으로 우위였고, 군사비는 늘 뒷순위로 밀렸습니다. 실제로 세종·세조 때까지는 4군 6진 개척이나 대마도 정벌처럼 군사력이 꽤 강했는데, 200년 가까이 큰 외침이 없다 보니 조직이 급격히 무뎌졌죠.
결정적인 건 병역 제도의 붕괴예요. 원래 양인개병제였는데 군역 대신 포를 내는 방군수포가 관행이 되면서, 장부상 병력만 있고 실제 병사는 없는 상황이 임진왜란 직전에 만연했습니다. 여기에 제승방략 체제라 지방군을 한곳에 모아 중앙 지휘관을 기다리다 초반에 각개격파를 당했고요.
무기 격차도 컸습니다. 일본은 100년 내전을 거친 실전 병력에 조총까지 갖췄으니, 활 중심 조선군이 백병전에서 밀린 건 어찌 보면 당연했어요. 다만 수군과 화포는 오히려 조선이 앞섰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