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음식인데도 유독 그 제육볶음만 먹으면 반응이 생긴다면, 음식 자체의 매운 성분보다는 다른 요인을 먼저 의심해볼 만합니다.
제육볶음 특유의 성분—고추장, 설탕, 간장이 합쳐진 고당·고염·고지방 조합—은 장 운동을 갑자기 자극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마라탕을 잘 드신다고 하셨는데, 마라는 주로 기름과 향신료 위주인 반면 제육볶음 양념은 당류와 발효 성분이 많아서 장이 반응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여기에 돼지고기 자체의 지방이 더해지면 담즙 분비가 늘고 장 운동이 빨라져 설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약 복용 문제는 따로 짚어드릴게요. 케프라(레비티라세탐), 라믹탈(라모트리진), 리보트릴(클로나제팜) 모두 설사나 구토가 심할 경우 흡수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설사 직후에 복용하셨다면 약이 충분히 흡수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고, 그 상태에서 발작 역치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복용 시점이 설사 이전이었고 30분 이상 지났다면 대부분 흡수는 됐다고 보셔도 됩니다. 설사 중이거나 직후에 드셨다면 주치의에게 연락해서 재복용 여부를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뇌전증을 관리하시는 분이라면 위장 증상이 심할 때 항경련제 흡수 문제가 발작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오늘처럼 설사가 심한 날은 혼자 계시지 않는 게 낫습니다. 지금 많이 불편하시면 수분 보충을 충분히 하시고, 증상이 계속된다면 진료 보시는 신경과 선생님께 연락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