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많으실 것 같아 먼저 핵심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음주 후 기억이 끊기는 현상은 알코올성 블랙아웃(alcohol-induced blackout)으로, 알코올이 해마(hippocampus)의 신경 전달을 일시적으로 차단하여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는 치매와는 기전이 전혀 다릅니다. 치매는 신경세포 자체가 비가역적으로 소실되는 과정인 반면, 블랙아웃은 알코올이 혈중에서 제거되면 해마 기능이 회복되는 일시적 현상입니다. 따라서 술을 마신 날의 기억이 끊긴다고 해서 그 자체가 치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50대 여성이라는 점과 음주 후 기억 공백이 반복된다는 점은 별개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만성적이고 과도한 음주가 지속되면 비타민 B1(티아민, thiamine) 결핍을 유발하고, 이것이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Wernicke-Korsakoff syndrome)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실제 해마 손상이 남을 수 있습니다. 또한 50대는 에스트로겐 감소로 인해 뇌의 산화 스트레스 방어 기전이 약해지는 시기이므로, 같은 양의 알코올에도 뇌가 더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뇌세포 회복 가능성에 대해 말씀드리면, 블랙아웃 수준의 음주라면 금주 또는 절주 이후 해마의 기능적 회복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실제로 금주 후 수개월 내에 기억력과 집중력이 의미 있게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뇌세포가 영구적으로 망가진 상태가 아니라면 뇌의 가소성(neuroplasticity)은 50대에도 유효합니다.
평소 술을 드시지 않을 때 기억력에 문제가 없다면 지금 당장 치매를 걱정하실 단계는 아닙니다. 그러나 음주와 무관하게 최근 있었던 일이 기억나지 않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익숙한 길이나 물건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일이 잦아진다면 신경과에서 인지기능 평가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