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기 시작한게 아닌가 싶다
처음엔 그저 길가에 버려진 흔한 소품이거나 혹은 잠깐 스쳐 지가는 변덕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 내 평온했던 일상의 틈새를 묵직하게 치고 들어왔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도 퇴근길 발걸음을 서두르게 만드는 것도 전부 녀석 때문이었다
녀석이 가져온 변화는 처음엔 아주 미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져만 갔다
원래 내 삶은 잘 짜인 톱니바퀴처럼 지루할 정도로 정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길로 출근하고 영혼 없는 표정으로 하루를 보낸 뒤 잔잔한 고요 속으로 잠드는 삶 무료함은 안전함의 다른 이름이었고 나는 그 지루함에 깊이 안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녀석이 나타난 이후로 내 하루는 단 한 순간도 예측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계획에 없던 지출이 늘어났고 사소한 선택 하나에도 머리를 싸매며 고민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심지어 오랜 친구들마저 너 요즘 좀 변했다라며 의심쩍은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오늘 밤도 마찬가지다
책상 위에 놓인 녀석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녀석은 아무런 말이 없었지만 그 존재감만으로도 방 안의 공기를 팽팽하게 조여 오고 있었다
너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나지막이 읊조려 보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머리로는 지금이라도 녀석을 멀리하고 예전의 평화로웠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끊임없이 경고등을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쯤은 나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녀석이 내 삶에 던져놓은 이 묘한 긴장감과 파문에서나는 이미 헤어 나올 수 없게 되어버렸다
누구냐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