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을 정하시기 전에 하나만 짚고 갈게요. 카트리지는 빼내는 순간부터 마르기 시작합니다. 프린터 안에 꽂혀 있을 때는 헤드가 쉬는 자리에 고무 캡이 노즐을 덮어 밀봉해 주는데, 빼면 그 보호가 사라지거든요. 그래서 정답은 대개 빼지 않는 쪽입니다.
그래도 꼭 빼두셔야 한다면 노즐이 아래를 향하게 두세요. 잉크가 중력으로 노즐 쪽에 머물러 있어야 마르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노즐이 위로 가면 잉크가 노즐에서 멀어지고 그 자리에 공기가 들어차서 훨씬 빨리 막혀요. 옆으로 눕히는 것도 안쪽 스펀지의 잉크가 한쪽으로 쏠려서 권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하시면 좋습니다. 지퍼백이나 밀폐 용기 바닥에 물기를 꼭 짠 키친타월을 한 겹 깔고, 그 위에 노즐이 아래로 가게 세워 두세요. 노즐이 타월에 살짝 닿는 정도면 충분하고, 잉크가 새도 타월이 받아줍니다. 그대로 밀폐해서 서늘하고 볕이 안 드는 곳에 두시면 됩니다. 다만 물이 고일 만큼 적시면 잉크가 번지니 물기는 꼭 짜주세요.
테이프는 권하지 않습니다. 새 제품에 붙어 있는 건 그 자리에 맞춰 만든 전용 필름이라 떼어도 자국이 남지 않지만, 일반 테이프는 접착제가 노즐 면에 남습니다. 그 잔여물이 굳으면 오히려 노즐을 막아버려요. 떼어낼 때 얇은 노즐판이 함께 뜯기는 일도 있습니다.
그리고 금색으로 된 접점 부분에는 절대 테이프를 붙이지 마세요. 접착제 자국이 남으면 프린터가 카트리지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같은 이유로 손으로도 만지지 않으시는 게 좋아요. 피지만 묻어도 인식 오류가 납니다.
결국 노즐을 무언가로 덮는 것보다, 습도가 유지되는 작은 공간에 넣어두는 쪽이 훨씬 안전합니다. 원래 붙어 있던 필름을 버리지 않으셨다면 그것만 살짝 얹어두시는 정도는 괜찮고요.
마지막으로 가장 확실한 방법을 말씀드리면, 카트리지를 꽂아둔 채로 이 주에 한 번쯤 컬러가 섞인 한 장을 인쇄하는 겁니다. 헤드 청소 기능은 한 번 돌 때 잉크를 꽤 먹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한 장씩 뽑는 편이 잉크도 아끼고 노즐도 살아 있습니다. 몇 달씩 안 쓰실 예정이라면 다음 프린터는 레이저 쪽을 보시는 것도 방법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