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약을 중단한 후 편두통이 심해지는 것은 의학적으로 잘 알려진 현상입니다. 4년간 복용하시면서 에스트로겐 수치가 일정하게 유지되다가, 중단 후 급격히 떨어지면서 뇌혈관의 반응성이 변하고 편두통이 악화되는 것입니다. 이를 '에스트로겐 금단 두통'이라고도 하며, 호르몬이 안정되기까지 수 주가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토피라메이트(topiramate)를 복용 중이신데, 이 약은 편두통 예방제로 사용되는 약물입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호르몬 변화가 급격한 시기에는 평소보다 두통 조절이 어려울 수 있고, 수벡스(진통제) 단기 효과만으로는 버티기 힘드신 상황으로 보입니다.
피임약을 다시 복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두통을 줄이기 위해 재복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으며, 특히 편두통이 있는 분은 피임약 종류 선택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에스트로겐이 포함된 복합 피임약은 편두통, 특히 조짐(전조 증상)이 있는 편두통 환자에서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근거가 있어 처방에 제한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취하실 수 있는 현실적인 조치는, 현재 두통 양상과 피임약 중단 후 변화를 처방 중인 신경과 또는 두통 클리닉에 알리시는 것입니다. 토피라메이트 용량 조정이나 급성기 치료제(트립탄 계열 등) 추가가 필요한 시점일 수 있고, 이 판단은 진료를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저혈압 기저질환도 있으시므로, 약물 선택 시 반드시 이 부분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