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단백질 크리스탈 제작 실험에 관한 질문
구조가 대단히 복잡한 고분자 물질은 결정을 형성하기보다 무질서하게 뭉쳐버리는 '침전' 현상이 훨씬 일어나기 쉽다는 내용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그리고 단백질 크리스탈화 실험에서 사용하는 행잉 드랍과 시팅드랍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주세요! 참고로 고등학교 2학년 입니다.
2개의 답변이 있어요!
안녕하세요, 처음부터비싼개미핥기님. 이중철 전문가입니다.
먼저, 단백질처럼 구조가 복잡한 고분자 물질은 분자 간 끌리는 힘과 방해하는 힘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규격화된 결정을 이루기보다는 무질서하게 뭉치는 침전 현상이 쉽게 일어납니다. 이러한 단백질의 크리스탈(결정)을 만들기 위해 연구 현장에서는 수분 증발을 미세하게 조절하여 아주 천천히 결정을 키워내는 행잉 드롭 방식과 시팅 드롭 방식을 핵심 기술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 고분자 단백질이 결정 대신 침전되기 쉬운 이유는..
단백질은 수천 개 이상의 원자가 복잡한 3차원 입체 구조를 이루고 있는 거대 고분자 물질입니다. 표면에 친수성(물을 좋아하는) 부위와 소수성(물을 싫어하는) 부위, 그리고 다양한 전하가 복잡하게 흩어져 있거든요. 이러한 복잡한 구조 때문에 단백질 분자들이 수용액 속에서 서로 만날 때, 규칙적인 각도와 방향을 맞추어 배열되기가 매우 어려워요. 무작위로 부딪히다 보면 소수성 부위끼리 강하게 결합하거나 전하 차이에 의해 불규칙하게 서로 엉겨 붙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눈으로 보게 되는 무질서한 침전 현상이랍니다. 원래 결정이 만들어지려면 분자들이 아주 천천히 정렬할 수 있는 에너지적 여유가 필요한데, 용액의 조건이 조금만 급격히 변해도 질서정연한 결정화 단계로 들어가지 못하고 분자들끼리 막무가내로 뭉쳐 침전물로 빠져버리게 된답니다.
■ 공중에 방울을 달아 결정을 키우는 행잉 드롭 방식
행잉 드롭(Hanging Drop, 매달린 방울법)은 단백질 결정화에 가장 널리 쓰이는 대표적인 기술이에요. 밀폐된 용기 바닥에 높은 농도의 침전제 용액을 채워두고, 커버글라스(유리판) 뒷면에 단백질과 침전제를 섞은 작은 방울을 떨어뜨린 뒤 이를 뒤집어 용기 위에 덮는 방식입니다. 유리판 아래에 매달린 단백질 방울은 아래쪽의 침전제 용액보다 수분 농도가 높습니다. 이 때문에 방울 속의 수분이 기화하여 아래쪽 용액으로 천천히 이동하는 증기 확산 현상이 일어납니다. 수분이 아주 서서히 증발하면서 방울 속 단백질과 침전제의 농도가 점진적으로 올라가고, 이 과정에서 분자들이 정교하게 정렬할 시간을 벌면서 예쁜 단백질 결정이 자라나게 되는데요. 관찰이 쉽고 적은 양의 단백질로도 실험할 수 있어 기본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된답니다.
■ 용기 받침대에 방울을 올려놓는 시팅 드롭 방식
시팅 드롭(Sitting Drop, 앉은 방울법)은 방울을 매달지 않고, 용기 내부에 만들어진 작은 받침대(플랫폼) 위에 방울을 올려두는 방식인데요. 기본적인 과학 원리는 행잉 드롭과 동일하게 수분의 증기 확산을 이용하지만, 구조적인 안정성에 차이가 있습니다. 방울이 받침대 위에 안정적으로 놓여 있기 때문에 용액의 양이 많아도 떨어질 염려가 없으며, 대량의 결정화 조건을 한 번에 탐색하는 자동화 로봇 시스템에 적용하기가 매우 유리한데요. 방울의 표면적이 커서 결정화 조건에 따라 속도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답니다.
정리하자면,
단백질은 입체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소수성 결합 등으로 인해 규칙적인 결정보다는 무질서한 침전이 훨씬 쉽게 일어나기 때문에, 증기 확산 원리를 바탕으로 수분을 천천히 증발시켜 결정을 유도하는 행잉 드롭이나 자동화에 유리한 시팅 드롭 방식을 사용하여 정교하게 단백질 결정을 제작하게 되는 것이랍니다.
※ 질문자님을 포함하여 소중한 분들의 건강, 재산과 안전을 지키고, 혹시나 발생할 수 있을 다양한 문제 상황에 놓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를 포함하여 다양한 토픽에서 활동하는 모든 전문가분들의 아하 지식커뮤니티에서의 답변은 예외 없이 참고 용도로만 유용하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장철연 전문가입니다.
고분자가 결정보다 침전을 더 잘 만드는 이유는 분자의 복잡성 때문입니다 소금이나 설탕 같은 작은 분자는 모양이 단순해서 서로 같은 방향으로 정렬되기 쉽지만 단백질 같은 고분자는 크기가 매우 크고 표면도 울퉁불퉁하며 전하와 화학적 성질이 부분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줄을 서서 결정 격자를 만드는 것보다 무질서하게 서로 달라붙어 덩어리를 형성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연구자들이 단백질 용액 농도를 높이면 분자들이 서로 만나기 시작하는데 이때 천천히 질서를 만들면 결정이 되고 너무 빠르게 뭉치면 침전이 됩니다 따라서 단백질 결정화 실험은 침전이 발생하기 직전의 매우 좁은 조건을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행잉 드랍과 시팅 드랍은 이러한 결정 생성 조건을 찾기 위해 가장 널리 사용하는 증기 확산법입니다 두 방법 모두 아래쪽에는 침전제가 많이 들어 있는 저장 용액을 놓고 위쪽에는 단백질이 포함된 작은 물방울을 위치시킵니다 시간이 지나면 물방울 속 물이 증기 형태로 저장 용액 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 결과 물방울의 부피는 점차 줄어들면서 단백질과 침전제 농도가 서서히 증가합니다 이렇게 갑작스럽지 않고 천천히 과포화 상태에 도달해야 단백질이 침전 대신 결정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행잉 드랍은 물방울을 뚜껑에 올린 뒤 거꾸로 뒤집어 매달아 놓는 방식이고 시팅 드랍은 작은 받침대 위에 물방울을 올려놓는 방식입니다 원리는 사실상 동일하지만 시팅 드랍은 자동화 장비와 로봇을 사용하기 쉬워 최근 대규모 스크리닝 실험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반면 행잉 드랍은 상대적으로 큰 결정이 잘 자라는 경우가 있어 지금도 최적화 단계에서 자주 활용됩니다
두 방법 모두 단백질이 침전으로 가기 전 아주 짧은 순간에 질서정연한 배열을 만들 수 있도록 환경을 천천히 변화시키는 기술이라고 이해하면 가장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