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미디어

웹소설 작가 하고 싶어서 글 썼는데 평가 해주세요

사방이 꽉 막힌,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좁은 상자.

그 상자에서 그는 깨질듯한 머리를 움켜쥐며 힘겹게 눈을 떴다. 조명따윈 없었지만 어쩐일인지 방안은 환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방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빨간 녹화 불이 들어온 방송용 카메라. 그의 시선은 그 카메라에 고정되었다.

“여기가 어디지…?”

눈을 뜨자마자 내뱉은 그의 첫마디는 고요한 공기중에 흩어졌다. 손을 들어 카메라를 만지려 하니,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카메라에 닿을 수 없었다.

“…이게 뭐야?”

계속해서 카메라에 손을 뻗어보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물체는 손을 튕겨냈다.

“꿈인가…?”

그는 손을 거두고 우두커니 멈춰 섰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파오는 와중에도, 특유의 냉정한 이성이 강박적으로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빛이 없는데 왜 환하지? 내 망막이 착각하는 건가? 아니면 이 공간 자체가 비정상적인가.’

그는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혔던 손끝을 바라보았다. 촉각은 분명 단단한 벽을 감지했는데, 눈에는 오직 텅 빈 공간만이 보였다. 인지 부조화로 인해 속이 메스꺼워졌다.

​그의 시선이 다시 붉은 불빛이 깜빡이는 낡은 카메라로 향했다.

​‘작동되고 있는 건가? 녹화? 송출? 만약 송출이라면 이 너머에서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뜻인데.’

그는 탈출구를 찾아 날뛰는 대신, 턱을 괴고 카메라 앞에 주저앉았다. 이 기괴한 상황 전체가 거대한 심리 실험이거나, 누군가의 정교한 설계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뇌리를 스쳤다.

​그는 카메라 렌즈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머릿속으로 수십 가지 가능성의 시나리오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물리적 법칙이 통하지 않는 방이다. 꿈이거나, 내 뇌가 조작되었거나, 혹은 정말로 초자연적인 공간이거나.’

“하하하…이게 가능해…?”

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복잡해진 머릿속을 하나씩 정리해 나갔다.

'만약 누군가가 날 이곳에 가둔 것이라면 목적이 있겠지. 단순한 유흥이 아니면 좋으련만…’

​“카메라는 왜 하필 방송용일까?”

​소형 카메라도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굳이 이 거대하고 이질적인 오브제를 방 한가운데 둔 이유는 뭘까. 취향?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나?

​그는 고개를 돌려 다시 방 안을 샅샅이 훑었다.하지만 카메라를 제외하면 약간의 생필품조차 보이지 않았다. 끔찍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방이었다.

​문득 가슴 서늘한 의문이 머릿속을 스쳤다.

'죽으라는 건가?'

​왜? 날 왜 죽여?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유도 모른 채 사방이 막힌 공간에 갇혀 죽는다. 이건 좀 끔찍할 것 같았다.

​‘대체 무엇 때문에 날 여기 잡아둔 거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문득 그는 자신의 이름조차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를 향해 뻗어 나가려던 사고 회로가 뚝, 끊어졌다.

​‘내 이름이…… 뭐였지?’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단 한 글자의 음절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누군가 고의적으로 기억을 한톨도 남김없이 지워 버린 것 같았다.

​시선이 다시 방 한가운데의 거대한 방송용 카메라로 향했다.

​렌즈의 새까만 유리가 마치 거대한 눈동자처럼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름도 없는 나를, 정체도 모를 누군가가 감시하고 있다.

​그 괴리감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침을 삼키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더듬었다. 낯선 감촉이었다. ‘아니…? 낯선게 맞나? 사람 이목구비가 이럴 수 있나? ’ 손 끝에 느껴지는 이질적인 감각에 스스로가 살아있긴 한 건지 조차도 확신이 들지 않았다.

​“누구 없어요?!”

​참지 못하고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목소리가 텅 빈 벽에 부딪혀 공허하게 되돌아왔다.

​스스로가 유령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

'띠링.'

짧은 기계음과 함께 카메라 위로 작은 핑크빛 하트 한 개가 두둥실 떠올랐다. 이 기괴하고 적막한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지독하리만치 이질적이고 가벼운 연출이었다.

머릿속의 복잡한 계산 회로가 순간적으로 뚝 끊겼다. 거대한 음모나 잔혹한 심리 실험을 예상하던 뇌에, 인터넷 플랫폼에서나 볼 법한 조잡한 UI가 날아와 꽂힌 탓이었다.

그것은 명백한 신호였다.

‘누군가… 보고 있다.’

자신의 이질적인 얼굴을 더듬던 손이 스르륵 내려왔다. 다시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이 방은 단순한 고립 공간이 아니었다. 저 카메라 너머에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여기 갇혀서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전하는 ‘누군가’가 존재하고 있었다. 단 하나의 하트는 그에게 희망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상황은 지독하게 불쾌했고, 그 불쾌감은 이내 오기로 변했다. 정체 모를 관객에게 당황해서 울부짖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들의 유흥거리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감정을 가라앉혔다. 방금 전까지 흔들리던 눈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대신 저 너머의 시선을 꿰뚫어 보려는 듯한 냉정한 시선이 그 자리를 채웠다.

그는 카메라 렌즈를 똑바로 응시했다.

“...거기 누구야? 날 왜 가둔거지?”

목소리에서 물기를 완전히 지워낸 그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검은 렌즈를 향해 나지막이 읊조렸다.

‘카메라 기능말곤 없는건가…? 하지만 하트가 보였는데. 잘못본건가? 그럴리가’

친근한 목소리톤으로 바꿔, 다시 말했다.

“혹시 제가 이곳에서 방송을 하길 원하는 건가요?”

정적 속에서 수 초가 흘렀다. 다시 입을 열려는 찰나,

‘띠링.’

카메라 위에 하트가 다시 떴다.

이젠 증명됐다. 누군가가 날 보고 있고 한명일지 여러명일지는 아직 모르지만, 중요한건 하트로 소통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 여러사람한테 이 방송이 보이고 있나보네요”

‘띠링.’

“인터넷 방송인가요?”

‘…’

하트가 뜨지 않았다. 부정하는 것인가? 아니면 선택적으로 질문을 안 받는 것일까? 이런 질문이 심기를 거슬리게 하는건 아니겠지…?

“왜 하필 제가 방송을 하길 원하는거죠?”

아차,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실수로 하트로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을 했다. 혹여나 채팅창 같은 기능이 있지 않을까 하고 기다렸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

상대는 주도권을 쥐고 있고, 그은 철저히 을의 입장에 처해 있었다.

그는 카메라 렌즈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음 질문을 던졌다.

"제가 여기서 방송을 계속하면... 이 방에서 나갈 수 있습니까?"

'...'

찰나의 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그의 온 신경이 카메라 윗부분의 허공으로 집중되었다. 하지만 하트는 뜨지 않았다.

"저기요? 여보세요?"

말을 꺼냈지만 답은 없었다. ‘이제 안 보는 건가? 이렇게 갑자기? 답을 안한것도 이제 안 봐서 그랬던건가? 머릿속에 생기는 의문점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더 이상 의 답을 얻을 순 없었다

방안을 채우던 침묵이 아까보다 훨씬 더 무겁게 내려앉았다.

'띠링' 하는 소리도, 깜빡이는 핑크빛 하트도 더는 없었다. 질문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저 너머의 존재가 흥미를 잃고 떠나버린 것인지 확인할 방법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눈살이 찌푸려졌는데, 이제는 그 단 하나의 시선마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묘한 고립감이 밀려왔다.

그는 카메라 앞에 멍하니 서서 붉은 녹화 불빛만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뭘 바라는 거야?’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상대가 보고 있든 보고 있지 않든,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단서는 여전히 이 카메라뿐이었다. 하트가 뜨지 않는다고 해서 여기서 주저앉아 있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상대가 원하는 대로 휘둘리기보다, 차라리 이 상황을 자신이 주도하겠다는 묘한 오기가 생겼다.

그는 심호흡을 하며 정신을 바로잡았다. 머리의 통증은 여전했고 손끝에 닿는 자신의 이목구비는 여전히 이질적이었지만, 눈빛만큼은 아까와 달리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어차피 여기서 할 수 있는게 카메라를 향해 혼잣말 하는 거라면, 그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을 없을 테니까.

그는 바닥에 앉아 카메라 렌즈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리고는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려 웃어보였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일단 평범한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스타트가 궁금증을 유발하는 편이어서 초반에는 집중력있게 읽어 내려갔습니다.서술이 조금 길어서 중간부터 집중력이 떨어지긴하나 꽤나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일단 전 괜찮네요

    채택 보상으로 17베리 받았어요.

    채택된 답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