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미디어
매일친화적인뱀파이어
웹소설 썼는데 아주 객관적으로 냉혹하게 피드백 해주세요
사방이 완전히 막힌 상자 안.
그는 상자안에서 눈을 떴다.
조명같은건 없었다.
그런데도 눈앞이 어둡지 않았다.
천장도, 벽도, 바닥도 모든 것이 하얀 색이다.
그 어떤 광원도 보이지 않는데, 방 전체가 스스로 빛을 내는 것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몇 번이나 눈을 깜빡여도 눈앞의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문득, 강렬한 이질감에 그는 본능적으로 얼굴을 더듬었다. 그리고 멈춰버렸다.
손끝에 닿은 것은 코가 있어야 할 자리의 매끄러운 피부였다. 입술은 길게 찢어진 채로, 마치 누군가 칼로 그어놓은 듯했다. 눈꺼풀이 없는 눈동자가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숨이 막혔다.
그는 손을 떼지 못한 채, 다시 한 번 얼굴을 더듬었다.
‘이게… 정말 내 얼굴이라고..? 말도 안돼.‘
손톱으로 얼굴을 긁었다.
차갑고 축축한 고무같은 느낌.
더 세게 긁었다. 원래라면 살이 패이고 피가 날 정도로. 하지만 피가 나진 않았다.
거의 얼굴을 쥐어뜯듯 잡아당겼다.
피부가 늘어나는 감각은 있었다.
하지만 고통이 없었다.
‘이게 뭐냐고…’
기억을 더듬으려 했다.
이름.
나이.
가족.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누군가가 기억을 숟가락으로 긁어낸 것처럼 머릿속이 텅 비어 있었다.
방안을 훑던 시선이 한곳에 고정됐다.
방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거대한 방송용 카메라.
붉은 녹화등이 깜빡였다.
‘녹화중?‘
‘누군가 보고 있는 건가?‘
그는 비틀거리며 카메라 쪽으로 다가갔다.
손을 뻗었다.
하지만 허공의 어느 지점에서 벽에 막힌 듯 손끝이 거칠게 튕겨 나갔다.
“뭐…?”
다시 손을 뻗어보았지만, 카메라에 닿지 못하고 튕기기만 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생필품 하나 없는, 완전히 텅 빈 방.
물리 법칙마저 비웃는 공간.
도대체 여긴 어디야…?
날 왜 가둔거지…?
대체 누가, 왜?
그는 한참 동안 카메라를 노려보았다.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지독하게 정교한 가상현실?
그는 렌즈를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거기 누구야. 날 왜 가둔 거지?”
정적만이 돌아왔다
“…여기서 방송이라도 하라는 거야?”
그 순간이었다.
‘띵-!‘
경쾌한 기계음과 함께, 카메라 위 투명한 허공으로 핑크빛 하트 한 개가 두둥실 떠올랐다.
“저게 뭐야…?”
심장이 세게 뛰었다.
누가 보고 있다는 건가.
지금 이 모습이, 이 얼굴이… 누군가에게 송출되고 있다는 건가.
“지금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는 건가요?”
그는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제가 방송을 하면…… 여기서 나갈 수 있습니까?”
답은 없었다.
하트는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고, 방 안은 다시 무거운 침묵으로 가라앉았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다. 이딴 곳에서 죽을 순 없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채로, 죽어가는 모습을 촬영당한다. 생각만으로도 속 깊은 곳에서 구역감이 올라왔다.
그는 바닥에 앉은 채 카메라 렌즈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리고는, 카메라를 향해 억지로 미소지었다.
“제게 무슨 악감정을 가진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대면하고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눈앞의 낡은 카메라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붉은 녹화 불빛만이 그를 끝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피부 아래, 뇌 속까지 파고드는 것 같았다.
“보고만 있을 겁니까?”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머릿속으로는 이미 수십 개의 가설을 동시에 돌리고 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자에 갇힌 이상, 저 너머에 관객이 있든 없든 그건 단순한 변수일 뿐이었다. 중요한 건 ‘이 상황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뭘 원하는지는 알려줘야죠. 그냥 이곳에서 죽을때까지 입만 털라는 겁니까?”
그는 렌즈를 똑바로 응시하며 턱을 괴었다. 표정은 담담했지만,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띵-!’
“…진짜로...?”
그는 잠시 멍하니 하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작게, 거의 헛웃음처럼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이가 없었다. 그냥 죽을때까지 방송을 하라고? 그게 다라고? 그저 재미를 원해서 이딴 짓을 벌인 것인가?
“하… 진짜 웃기네.
나보고 그냥… 죽을 때까지 방송이나 하라는 거야?
그게 전부라고?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채, 이 끔찍한 얼굴로, 영원히 여기서 입만 털라는 거냐고.”
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세게 눌렀다. 두통이 다시 밀려왔지만, 그딴게 중요한게 아니였다.
“좋아. 정리해보자.”
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
“내 질문에는 대답도 안 해주고
무슨 조건인지는 모르겠지만, 하트.”
붉은 불빛을 노려보았다.
“우연인가?
아니면 특정한 말에 반응하는 건가?”
손가락으로 바닥을 두드렸다.
“정보가 너무 부족해.”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일단은... 반응하는 조건부터 찾아야겠군.”
면봉이는 렌즈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초점 없는 눈동자가 렌즈 속에 비쳤다. 그 모습이 점점 더 낯설게 느껴졌다.
“사람을 가둬놓고 반응을 관찰한다.”
그는 허탈하게 웃었다.
“실험인가?
오락인가?”
시선을 들어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만약 실험이라면 목적이 있다.
하지만 오락이라면.
목적조차 없다.
...
그 생각이 떠오른 순간,
숨이 막혔다.
가슴이 답답했다.
‘미치겠네.’
그는 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마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바닥에 머리를 쿵! 하고 박았다.
단단한 바닥과 이마가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아프지는 않았다. 그게 더 역겹고, 더 무서웠다. 그는 이를 악물고 다시 한 번, 조금 더 세게 머리를 박았다.
쿵.
“……하.”
숨이 새어 나왔다. 차가운 바닥이 이마에 닿아 있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지 않은 채, 그대로 바닥에 이마를 문질렀다. 긴 팔이 바닥을 짚고 있었지만,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당신들은 이런걸 보고 싶은 겁니까?”
목소리가 낮고 갈라졌다. 그는 여전히 바닥에 머리를 대고 있었다. 렌즈를 보지 않은 채, 거의 속으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왜? 하트 다시 안 보내? 이런걸 원하는게 아니야?”
면봉이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이마를 쓸어보았다. 이마에는 자국조차 없었다
“이것도 아니면
뭘 해야 너희들 가슴이 두근거려?
뭘 해야 흥분하는데?”
그는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래… 평범하게 가봅시다.”
그는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자, 평범한 방송을 시작하기로 했으니 통성명이라도 해야 할 텐데. 큰일이네요. 현재 아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관자놀이를 세게 눌렀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기억을 더듬으려 할 때마다 뇌를 송곳으로 헤집는 통증이 밀려왔다. 그 통증은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내가 존재했다는 증거’마저 지워지는 공포였다.
‘내가 누구였지?
이 몸은 정말 내 것인가?
애초에 사람이 맞긴 할까?’
의문이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졌다. 그는 이런 무질서한 생각의 폭주를 즐기면서도 혐오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점점 그를 집어삼키는 듯한 압박감으로 변했다.
“기억 상실증이라니, 정말 고전적이네요. 클리셰의 정석이야. 일단 이 상황에 대한 가설을 몇 가지 정리해보겠습니다.”
그는 상체를 카메라 쪽으로 바짝 들이밀었다. 목소리는 담담했다. 담담하려 애 쓰고 있는 걸지도.
“첫째, 누군가에게 납치당해 실험당하고 있다. 둘째, 나는 현재 코마 상태에서 꿈을 꾸고 있다. 셋째,애초에 이 모든 게 가상현실 시뮬레이션이다. 아니면… 넷째, 내가 죽었고 여기가 사후 세계인지도 모르겠네요. 왜 하필 스트리밍 형태인지는 아직 미스터리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좋겠죠.”
말을 할수록 가슴 깊숙이 메스꺼운 공포가 올라왔다. 이 방은 너무 완벽했다. 완벽하게 고립되어 있고, 완벽하게 관찰당하고, 완벽하게 비인간적이었다.
“이곳에 갇힌 지 몇시간이 흘렀는지,모르겠네요. 약이라도 먹였는지 배변욕구도, 식욕도, 갈증도 전혀 없습니다. 만약 뇌가 망가져서 더 이상 욕구를 못 느끼는 상태라면 한계를 넘더라도 인지를 못해, 탈수와 영양 부족으로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작게, 날카롭게 웃었다. 스스로를 해부하는 듯한 블랙유머였다.
“여러분, 이름이 기억나지 않으니 가명이라도 정해볼까요? 그래야 제가 죽으면 좀 더 뇌에 오래 기억되지 않을까요? 기억해 줄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천천히 머리를 더듬었다. 머리카락은 없었다. 매끄럽고 차가운 피부만이 손끝에 닿았다.
“코도 없고.
머리카락도 없고.
온몸은 새하얗고.
...
면봉 같네.“
면봉이가 어때요? 상당히 적절한 이름이라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최악의 이름이었다.
‘띵-!’
하트가 떠올랐다.
“면봉이…?”
그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상황의 절박함과 완전히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다. 그런데도 그 어이없음이 오히려 현실을 더 날카롭게 각인시켰다.
우연인가?
아니면 정말 저런 반응을 좋아하는 건가?
그 순간, 그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좋아해 주시니 다행이네요.”
면봉이는 목소리를 한층 가볍게 가다듬었다. 어느하나 현실성이 없는 이 상황은 충분히 공포스러웠지만, 이 곳을 나가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한다.
“그럼 지금부터 제 이름은 면봉이입니다. 마음에 드시나요?”
그는 카메라를 향해 느리게 고개를 까딱였다.
“이름도 정해졌고, 관객분도 계신 것 같으니… 완전히 미쳐버리기 전에, 이 버러지같은 새끼 한테 약간의 힌트라도 주시겠어요?”
그는 렌즈 바로 앞까지 바짝 다가섰다. 초점 없는 눈으로 입꼬리만 끌어올렸다. 그 미소는 계산된 것이면서도, 동시에 진심 어린 자조였다.
‘저급한건 싫다는 건가?‘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딴곳에 사람을 가둬두고 유흥거리로 삼는 새끼들이, 폭력적이고 저급한건 별로다?’
면봉이는 벽을 등지고 앉아 붉은 불빛을 바라보았다. 다음 ‘띠링’을 유도할 만한, 적당히 맛이 간 독백을 머릿속으로 조합하기 시작했다.
“하긴… 이 상황에서 이름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알아듣고 부를 수만 있으면 그만이지.”
그는 마르고 긴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이 낯선 몸이 점점 익숙해지는 게, 더 무섭게 느껴졌다.
‘이 게임의 규칙을 알아내려면, 내가 먼저 더 미쳐 보여야겠군.’
붉은 불빛이 깜빡였다.
“지금 제 얼굴을 보고 계신 거죠. 코도 없고, 입술은 그냥 길게 찢어져 있고,마치 캐릭터 같기도 하네요. 생각할수록 참 웃기네. 면봉이라니.”
그는 오른팔을 비틀었다.
뚝.
관절이 인간이라면 부러졌어야 할 각도까지 돌아갔다.
통증은 없었다.
면봉이는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
아무 반응도 없었다.
카메라 위는 조용했다.
‘띠링’ 하는 기계음도, 핑크빛 하트도 없었다.
털썩. 바닥에 쓰러졌다.
몸에 힘이 풀렸다.
하루종일 기이한 일들만 일어나다보니 정신이 먼저 한계가 왔나보다. 점점 눈앞이 아득해진다.
‘다시 눈을 떴을때… 이 모든것이 꿈이였으면…‘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붉은 녹화등이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왔다.
깜빡.
깜빡.
...
그리고 어둠이 내려앉았다.
처음 글 써보는데 어떤가요? 읽는데 막히거나 안 맞는 부분 없을까요? 이제 1화인데 맞춤법 돌리고 이대로 내도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