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성훈 내과 전문의입니다.
단순한 기분 탓이나 착각이 아니라 뇌의 인지 방식, 기억의 메커니즘, 그리고 생물학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언급하신 "새로운 경험이 많을수록 시간이 천천히 느껴진다"는 말은 현대 뇌과학에서 가장 지지받는 이론 중 하나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세상의 모든 것이 처음입니다. 자전거 타기, 낯선 동네 가기, 첫 입학 등 매 순간이 강렬한 자극으로 뇌는 이 새로운 정보들을 꼼꼼하게 처리하고 뇌에 깊고 선명한 '기억의 조각'으로 저장합니다.
반면 40대 성인의 일상은 대개 익숙한 패턴(출퇴근, 일상적인 업무, 아는 길)으로 돌아가므로 뇌는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익숙한 정보들을 묶어서 처리해 버리기 때문에 연말에 지나온 1년을 돌아볼 때, 어린 시절은 뇌에 저장된 정보(기억)의 양이 엄청나게 많아서 "참 긴 시간이었구나"라고 느끼는 반면, 매일이 비슷했던 성인의 1년은 뇌가 저장한 고유한 기억의 데이터 양이 적기 때문에, 되돌아봤을 때 순식간에 지나간 것처럼 압축되어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른 원인으로 인체의 생물학적 변화도 시간 인지 속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나이가 들수록 뇌에서 자극과 흥분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분비가 점차 감소하는데, 도파민 분비가 줄어들면 뇌가 세상을 인지하고 처리하는 속도(생체 시계) 자체가 느려집니다. 외부에 흐르는 실제 시간은 일정한데, 내 뇌가 인지하는 빈도가 적어지니 외부 세계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훨씬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 입니다.
그 외 심리학적 관점으로 자신이 살아온 전체 삶의 길이에 비례하여 현재의 시간을 인지한다는 관점도 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시간을 천천히, 풍요롭게 쓰고 싶다면 뇌에 의도적으로 신선한 자극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일상 생활에 작은 변화를 주도록 하고, 새로운 취미나 기술 배우기, 일기를 쓰거나 사진을 남기면, 뇌가 무심코 흘려보냈을 하루를 기억 속에 붙잡아 두는 효과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