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석고가 여러 곳에 쓰이는 건 물과 만나면 굳고 그 과정을 조절할 수 있는 성질 덕분이에요.
석고는 황산칼슘에 물이 결합한 광물이에요. 이걸 150도 정도로 구우면 결합수의 4분의 3이 빠져나가 흰 가루가 되는데, 여기에 다시 물을 부으면 빠져나간 물을 되찾으며 결정이 서로 엉겨 단단하게 굳어요. 시멘트처럼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건 같은데, 석고는 굳는 속도가 빠르고 굳을 때 부피가 거의 변하지 않아요. 수축이 없으니 틀에 부으면 원래 모양을 정밀하게 재현해요.
의료용 깁스가 이 성질을 그대로 써요. 석고를 붕대에 묻혀두고 물에 적셔 감으면 몇 분 안에 굳으면서 신체 굴곡에 딱 맞는 형태가 나와요. 굳을 때 부피가 안 변하니 압박이 생기지 않고, 반응 온도도 미지근한 수준이라 피부에 안전해요. 치과에서 치아 본을 뜰 때 쓰는 것도 같은 이유고요.
건축에서는 다른 성질이 더해져요. 석고 안에는 결정수가 20% 넘게 들어 있는데, 불이 나면 이 물이 증발하면서 열을 흡수해요. 그동안 표면 온도가 100도 근처에 머물러서 불길이 안쪽으로 번지는 걸 늦춰요. 석고보드가 내화재로 쓰이는 핵심 이유예요. 여기에 가볍고 가공이 쉬우며 주변 습도에 따라 수분을 머금었다 내놓아 실내 습도를 완충하는 효과도 있어요.
원료가 싸고 풍부한 것도 한몫해요. 천연 석고 광산도 있고, 화력발전소 탈황 과정에서 부산물로 대량 나오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