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9월만 되면 뉴스에서 유독 태풍 경보가 요란해지는 게 왜일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유가 꽤 명확하더라고요.
첫째는 바다 온도입니다. 바닷물은 기온보다 늦게 달아올라서 우리나라 주변 해수온이 가장 높은 시기가 한여름이 아니라 8월 말에서 9월이에요. 태풍은 따뜻한 바다에서 수증기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여름 태풍은 북상하는 길에 힘이 빠지는 반면 가을 태풍은 세력을 거의 유지한 채 도착합니다.
둘째는 진로예요. 여름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두툼하게 덮고 있어서 태풍이 중국이나 일본 쪽으로 밀려가는 경우가 많은데, 가을이 되면 이 고기압이 남동쪽으로 물러나면서 그 가장자리를 따라 한반도로 곧장 들어오는 길이 열립니다. 2003년 매미, 2020년 마이삭과 하이선이 모두 9월 태풍이었죠.
셋째는 이동 속도입니다. 가을에는 상층 제트기류가 강해져 태풍이 빠르게 북상하는데, 진행 방향 오른쪽 위험반원에서는 태풍 자체의 바람에 이동 속도가 그대로 더해져 체감 풍속이 훨씬 세집니다. 매미 때 제주에서 순간최대풍속 60m/s가 기록된 것도 이 영향이 컸습니다.
여기에 현실적인 이유가 하나 더 붙어요. 9월은 벼가 다 여물어 고개를 숙인 때라 강풍에 쓰러지면 한 해 농사가 통째로 날아가고, 과수도 수확 직전이라 낙과가 바로 손실로 잡힙니다. 같은 세기라도 시기 때문에 피해액이 훨씬 크게 남는 거죠.
정리하면 뜨거워진 바다, 한반도로 열린 길목, 빨라진 이동 속도, 수확기와 겹치는 시기까지 네 가지가 한꺼번에 맞물려서 가을 태풍이 유독 무섭습니다. 예보 뜨면 베란다 화분이나 실외기 주변 물건부터 미리 들여놓으시는 게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