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동진 수의사입니다.
강아지가 활력도 좋고 물도 잘 마시는데 사료만 쏙 골라 거부하는 상황이군요. 보호자님을 애타게 만들어서 결국 더 맛있는 간식을 얻어내는 '밀당'에 성공한 상태일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활력이 좋다면 당장 큰 병일 확률은 낮지만, 간식만 먹는 상태를 방치하면 영양 불균형이나 실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식습관 교정이 필요합니다.
식습관 개선 방법과 병원에 가야 하는 신호를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단호한 식습관 개선 프로세스 (간식 끊기)
현재 강아지는 '기다리면 더 맛있는 게 나온다'는 것을 학습한 상태입니다. 마음이 아프시더라도 일주일간은 단호해지셔야 합니다.
• 간식 전면 중단: 교정 기간에는 간식을 일절 끊으셔야 합니다. 간식으로 배를 채우면 사료를 절대 먹지 않습니다.
• 제한 급식법 시행:
1. 밥시간에 사료를 내려놓고 15~20분만 기다립니다.
2. 먹지 않으면 말없이 그릇을 치워버립니다.
3. 다음 밥시간(보통 12시간 뒤)까지 절대 다른 음식을 주지 마세요.
• 공복 토 대처법: 건강한 강아지는 2~3일 굶어도 큰 문제가 없으나, 공복 시간이 길어지면 노란색 위액(공복 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때 놀라서 간식을 주시면 안 되며, 사료를 소량 급여하거나 다음 식사 시간을 조금 앞당겨 주세요.
사료를 거부할 때 써볼 수 있는 팁
사료 자체에 흥미를 잃었거나 식사 분위기가 지루해서 그럴 수 있습니다.
• 사료 촉촉하게 만들기: 사료에 따뜻한 물을 살짝 자작하게 붓거나 전자레인지에 10초 정도 돌려주면 향이 강해져서 식욕을 자극합니다.
• 놀이로 밥 먹이기: 밥그릇에 주는 대신 노즈워크 장난감, 퍼즐 토이, 또는 사료 알갱이를 바닥에 던져주는 사냥 놀이를 통해 '노동의 대가'로 먹게 하면 흥미를 느낍니다.
• 사료 교체 시 주의점: 만약 사료를 바꾼 지 얼마 안 되었다면 입에 안 맞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료를 자주 바꾸면 강아지가 "안 먹고 버티면 더 맛있는 사료가 나오네?"라고 학습할 수 있으니, 지금 사료를 원효대사 해골물처럼 맛있게 만들어주는 쪽을 먼저 시도해 보세요.
이럴 때는 고집부리지 말고 병원으로!
단순히 투정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 몸이 아파서 사료처럼 딱딱하거나 씹기 힘든 음식을 거부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래 증상이 동반된다면 식습관 교정을 중단하고 병원을 찾으셔야 합니다.
사료를 씹다가 뱉거나 흘림,활력 저하 및 2일 이상 완전히 단식,침을 과도하게 흘리거나 구토/설사,체중 감소
활력이 좋다면 오늘 저녁부터 단호하게 밥그릇을 20분 만에 치우는 제한 급식을 시작해 보세요. 마음이 약해져서 간식을 한 입이라도 주면 리셋됩니다. 다만 입안을 살짝 들추어 보았을 때 잇몸이 너무 빨갛거나 구취가 심하다면 치통 때문일 수 있으니 이때는 병원 진료를 먼저 권장합니다.